[육아]공부 싫어하는 아이 「부모 탓」많다

  • 입력 1999년 1월 11일 19시 35분


초등학교 2학년 외동아들(9)을 둔 김모씨(40·여·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는 요즘 살 맛이 안난다. 세 살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으며 영재교육까지 받은 아들이 한달전부터 갑자기 공부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 미친 아이처럼 하루종일 혼잣말로 ‘중얼중얼’ 거리는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정신병원을 찾았지만 소용이 없다.

이처럼 심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학부모의 공통 고민은 자녀의 공부. 다음은 한국심리교육연구소 이세용(53)소장이 분석한 공부하지 않는 정상아의 유형과 대책.

▽공부가 지겨워요〓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부모에게 문제가 있다. 특히 김씨의 아들처럼 어릴 때는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다가 갑자기 공부하지 않게 된 아이의 뒤에는 대개 ‘자녀학습중독증’ 부모가 있다. 한창 뛰놀아야 할 나이에 부모의 과도한 욕심으로 학습지 과외 등에 찌들린 아이들에게 공부는 지겨운 것. 이때 부모는 억지로 공부시키는 존재란 인식을 아이로부터 지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가 스스로 환자라고 인정하고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처 받았어요〓성장기 아이들은 예민하다. 부부싸움을 자주 목격하거나 가정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고 공부를 싫어하게 된다. 부모의 ‘개과천선’이 최선책. 불가능할 경우 아이에게 불행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부모로 인해 하나뿐인 너의 인생을 망칠 수 있느냐’고 설득하거나 비슷한 환경을 극복한 사례를 들려주는 것도 한 방법.

▽과보호는 싫어요〓옷입기 밥먹기부터 준비물 숙제까지 모든 것을 부모가 챙겨주는 것도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 공부는 뇌 뿐만 아니라 손감각 등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일종의 ‘운동’. 아이의 영역을 하루빨리 아이에게 돌려주는 것이 해결책. 물론 관심과 사랑은 계속 표시해야 한다.

▽동기부여가 안돼요〓정신적으로 먹는 즐거움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현상. 특히 물질적 풍요는 누리면서도 정서적으로 빈곤한 애들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눈높이에 맞는 자극이 특효약.낮은 학습목표부터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도 부수입. 목표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 책임감도 함께 길러준다.

▽책읽기가 재미없어요〓어려서부터 독서의 생활화가 안된 아이들은 학습력이 떨어진다. 책에 재미를 붙이도록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이 옆에서 책을 연기하듯이 읽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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