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종사의 안전책임 가볍게 여기는 대한항공 회장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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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3일 대한항공 김모 부기장의 페이스북 글에 ‘개가 웃어요’ 운운하는 댓글을 달아 구설에 올랐다. 김 부기장은 최근 비행 전 브리핑을 고의로 오래 끌고 비행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박모 기장이 파면되자 페이스북에 조종사가 비행 전에 해야 하는 일을 상세히 적었다.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말도 있지만 조종사들 하는 일이 많다는 내용이다. 이에 조 회장이 ‘조종사가 GO NO GO(갈지, 말지)만 결정하면 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자동항법장치)로 가는데.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라는 반박 글을 붙인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인 1, 2노조는 임금 인상을 내걸고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1인당 평균 1억4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조종사들이 규정에 어긋난다며 비행을 거부하고 페이스북에 업무가 과중하다는 글을 올린다. 조 회장이 얼마나 화가 났으면 댓글을 수정하면서 ‘개가 웃어요’ 구절을 넣었을까 싶다. 그렇더라도 그의 댓글은 재계 9위 그룹 회장으로서 품위를 잃었다. 이 댓글에서 재작년 12월 ‘땅콩회항’으로 불리는 딸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갑질’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많게는 500명이 넘는 승객이 탑승하는 여객기는 자동항법장치로 날지만 이를 작동하고 점검하는 일은 조종사 책임이다. 자동항법장치는 조종사를 돕는 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조종사 일이 뭐가 힘드냐 식의 글은 항공사 최고경영자로서 비행 안전을 소홀히 여긴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귀족 노조’로 불리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경영진의 임금 상승률이 37%라며 그만큼 연봉을 올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 일반 직원 노조가 “절박한 생존권 요구가 아니다”는 성명을 낼 만큼 공감을 얻지 못하는 투쟁이다. 조 회장의 처신도 문제지만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역시 국내 다른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도 헤아리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조양호#대한항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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