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분… 한국 세 번째 추기경에 염수정 대주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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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바티칸 교황청서 서임식… 옹기 구우며 신앙 지킨 순교자 집안
교황 선출하는 콘클라베 참석 권한

12일 교황청이 한국의 새로운 추기경으로 서임한다고 발표한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공식 서임식은 다음 달 22일 열린다. 동아일보DB
12일 교황청이 한국의 새로운 추기경으로 서임한다고 발표한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공식 서임식은 다음 달 22일 열린다. 동아일보DB
또 한 명의 한국인 추기경이 탄생했다.

천주교 염수정 서울대교구장(71)이 한국의 새 추기경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 염수정 대주교를 포함해 19명의 새 추기경을 지명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1969년)과 정진석 추기경(2006년)에 이은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이다. 추기경 서임식은 2월 22일 로마의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다. 염 추기경은 80세 미만의 추기경이라 교황 선출권도 갖는다. 정진석 추기경(83)은 교황 선출권이 없다.

염 추기경도 교황청의 지명 사실을 12일 오후 늦게야 알았을 정도로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서울대교구장 비서실장인 허영엽 신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구장님과 산책하다 오후 8시 20분경 외부 전화를 받으면서 추기경 지명 사실을 알았다”며 “교황청의 사전 연락도 없었고, 주한 교황청대사관이나 주교회의도 사실을 몰라 교황청 홈페이지를 통해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추기경 지명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매우 두렵고 받아들이기 힘든 소명이다. 주어진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고 허 신부가 전했다. 서울대교구는 1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축하식을 열 계획이다.

염 추기경은 옹기장이와 숯쟁이 신앙의 순교자 집안 출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43년 경기 안성에서 5남 3녀 중 여섯째(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18세기 한국 교회 초기 무렵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인 그의 집안은 박해를 피해 충북 진천에서 옹기를 굽는 ‘사기장골’에 살면서 신앙을 지켜냈다. 가톨릭교계에 따르면 염 추기경의 어머니는 임신한 순간부터 “아들이면 사제가, 딸이면 수녀가 되도록 성모님께 바치겠다”고 기도했다.

염 추기경 일가는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3형제 신부를 냈다. 염 추기경에 이어 동생 수완, 수의도 사제가 됐다. 염 추기경이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서울 동성중학교 재학 시절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다 가톨릭계의 한 잡지에서 소신학교(성신고등학교) 입학 안내문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70년에 가톨릭신학대를 졸업하고 같은 해 12월에 사제가 됐다. 서울 불광동성당과 당산동성당 보좌신부로 사제 생활을 시작했다. 평화방송 이사장,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을 맡았다.

서울대교구 주변에서는 염 추기경의 장점으로 친화력과 추진력을 꼽는다. 교구장을 맡은 뒤에는 신중하게 활동했지만 언제나 신자들과 함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신부로 사랑받아 왔다. 젊은 시절에는 축구를 좋아했고, 수영과 테니스, 스키에도 일가견이 있다. 교구장이지만 최창화 몬시뇰 등 동기 사제들과 여전히 격의 없이 어울리고,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날려 후배 신부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일화도 있다.

염 추기경은 항상 기도하는 사제로 알려져 있다. 후배 신부들을 만나면 부족한 사람이 주교가 돼 하느님께 송구스럽다면서 늘 기도 속에서 하느님 도우심을 청했다.

“염수정 교구장은 한마디로 준비된 분이다. 신앙을 비롯한 좋은 의미에서 고집이 센 분이다.” 염 추기경의 신학교 동기 최창화 몬시뇰이 평소에 하는 말이다.

중도 보수 성향의 염 추기경은 지난해 11월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가톨릭교회 교리서에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정의구현사제단 등의 정치 참여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추기경#염수정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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