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석기 RO가 노린 평택기지 경비원은 졸고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3시 00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소위 ‘혁명 조직(RO)’ 모임에서 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한국가스공사 평택기지 등 국가 주요 시설의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원의 보안 점검 결과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336만 kL)의 가스 기지 등 주요 에너지 시설이 밀집한 평택기지는 외곽 울타리가 훼손돼 누구나 침입할 수 있는 상태였다. 경비 초소 근무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거나 졸다가 적발됐다.

영흥화력발전소는 경비 근로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곽 초소를 운영하지 않았다. 가스공사 석유공사 포스코에너지 등 대부분 시설에서 근무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안 지역에 있는 시설의 외곽 초소만 점검한 것이 이 정도인데 전체를 조사하면 얼마나 많은 허점이 드러날지 아찔하다.

RO 모임 녹취록에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가 통신과 철도와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해야 한다”며 “그 시설(평택기지)이 경비가 엄하진 않다”는 대목이 나온다. 실제로 경비가 매우 허술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들은 “평택 유조창(유류저장고) 탱크를 둘러싸고 있는 니켈합금과 두께 90cm의 벽은 관통하기 어렵다”고 말했을 만큼 대상 시설물의 구체적인 정보까지 알고 있었다.

국정원은 최근 북한 김정은이 3년 내 무력통일을 공언했다고 밝혔다. 북한 내부 결속을 위한 성격이 짙지만 코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우리로선 안심할 수 없다. 이에 맞서는 우리의 보안 의식은 너무 안이하다. 경비를 민간 용역에 넘기면서 인력 관리나 교육이 느슨해진 경우도 많다. 올해 5월에는 인천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에 밀항자가 무단 침입해 14시간이나 숨어 있다 발각된 적도 있다. 고도로 산업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직접적인 전투 외에 전기 통신 철도에 대한 적의 공격에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현재 국가 시설의 안전 관리는 국가 보안 시설, 국가 중요 시설, 국가 기반 시설 등 다양한 이름으로 국무총리실 국방부 안전행정부 국가정보원 등 여러 부처가 100∼200개씩 지정해 감독하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취약점을 면밀히 검토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노후한 보안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국가 시설의 보안과 관련된 일은 최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할 필요가 있다.
#이석기 의원#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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