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질 미달 법관 재임용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헌법이 정한 법관의 임기는 10년이다. 판사는 임기 10년이 끝날 때마다 자질과 능력을 다시 검증받아 법관에 재임용되는 절차를 밟게 돼 있다. 그러나 민주화와 함께 1987년 현행 헌법이 제정된 후 법관 재임용 절차에 따라 탈락한 법관은 지금까지 3명에 불과하다. 사법부의 법관 재임용 심사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한 것이다.

재임용제의 본래 취지는 법관 임기 동안 신분을 보장해주면서 임기가 끝났을 때 법관의 자질과 능력을 새로 평가함으로써 신분 보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해이(解弛)를 막기 위한 제도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법관 재임용제를 악용해 정권의 눈 밖에 난 법관을 퇴출시킨 사례가 있었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법원은 재임용 심사의 객관적 기준이 없으면 재임용 탈락자가 적법 절차 위반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를 앞세워 그동안 엄격히 심사를 하지 않았다. 국회가 지난해 7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법관 근무성적평정과 자질평정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은 사법부로 넘어갔다. 그러나 대법원은 세부규칙을 마련하는 데 늑장을 부려 연말에나 가야 재임용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나치게 편향된 이념에 따른 ‘튀는 판결’이나 실력 부족으로 인한 오판(誤判)을 남발해 상급심에 올라가 대부분 파기(破棄)되는 판결을 많이 하는 법관이 있다면 재임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3심제에선 하급심의 잘못된 판결이 상급심에서 바로잡힐 수 있지만 소송 당사자들이 치르는 비용과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 부적격 판사가 엄연히 있는데도 법정에서 판결을 계속하게 내버려 둔다면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재임용제도를 둔 헌법의 정신에도 배치된다. 법관의 신분보장을 남용해 법정 안팎에서 막말과 정치적 편향 발언으로 법관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거나 품위를 손상하는 판사들도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 판사는 옛 민주노동당에 당비를 납부한 공무원의 실정법 위반이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려 억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어떤 판사는 트위터 분량에도 못 미치는 72자짜리 판결 이유를 쓴 판결문으로 무성의하다는 말을 들었다. 판사들은 대부분 20대 중후반에 사법연수원에서 받은 성적순으로 임명됐다. 이들이 법관의 자질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정밀한 재임용 심사를 통해 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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