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Q: 합창석은 음악감상에 안 좋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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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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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합창석은 음악감상에 안 좋다는데…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교향악 연주회를 보려는데, 합창석을 예매하려 하니 친구가 ‘합창석에서는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며 차라리 3층에서 공연을 보라고 합니다. 3층보다는 합창석이 오케스트라에 훨씬 가까워서 좋을 듯 한데, 진짜로 합창석은 소리가 나쁜가요?(현지수·29·서울 강남구 개포동)

A: 악기배치 뒤집혀 독특한 감상 장점
단점부터 말하면 합창석은 ‘뒤집힌 자리’입니다.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악단과 연주자들은 합창석과 마주한 ‘일반 좌석’ 자리에 청중이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연주를 준비합니다. 이 때문에 합창석에서 관현악 연주를 들으면 콘서트나 음반에서 익숙하게 들어온 소리와 좌우 악기배치가 반대로 들리게 됩니다. 좌우만 반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케스트라의 배치는 주선율을 맡는 제1바이올린을 비롯해 악단의 뼈대를 이루는 현악기가 앞에 자리하고 금관악기나 타악기 등 음량이 큰 악기는 뒤에 자리를 잡도록 짜여 있습니다. 합창석에 앉으면 이 같은 앞뒤의 공간감도 반대가 됩니다.

악기 음량의 균형도 문제입니다. 타악기나 금관악기와 가까운 합창석에 앉으면 가뜩이나 큰 이 악기들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현악기 소리가 금관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불평도 나올 만합니다.

그러나 합창석만이 갖는 장점도 있습니다. 타악기나 금관악기 소리가 크다는 점은 음향의 균형 문제에서는 단점이 되지만 다이내믹한 연주를 좋아하는 청중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연주회를 많이 다니면 음량의 불균형쯤은 청각기관과 대뇌의 연산으로 보정할 수 있다는 ‘학설’(?)을 내세우는 음악팬들도 있죠. 연주가 진행되는 바로 옆에 있다는 ‘현장감’도 합창석의 매력입니다. 1층 앞자리보다도 악단과 더 가까운 자리에서 악단을 바로 내려다볼 수 있으니 실감이 한층 커집니다.

시각적으로도 큰 장점이 있습니다. ‘보통’ 객석의 청중이 지휘자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는 데 비해 합창석에 앉으면 지휘자의 정면을 보며 상세한 동작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하면 합창석이 3층 좌석보다야 훨씬 낫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해외 유명 연주장에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합창석과 비슷한 좌석들이 있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닉홀은 객석이 악단을 5각형으로 감싸도록 설계돼 예술의 전당 합창석처럼 좌우와 앞뒤가 ‘뒤집힌’ 좌석 비중이 높습니다. 기자는 영국 런던에 들를 때마다 로열 페스티벌홀의 객석 전면 반대쪽 입장권을 구해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곤 합니다. 물가가 비싸기로 이름난 런던에서도 이 좌석 티켓 가격은 9파운드(약 1만6000원) 정도에 그치니까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씨가 대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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