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3D영상 다큐’로 부활

  • 입력 2008년 9월 13일 01시 54분


경북 경주시 진현동의 석굴암 주실에 있는 본존석가여래좌상(본존불). 이르면 올해 안에 서울 한복판에서도 3차원(3D) 디지털 영상으로 본존불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경주시
경북 경주시 진현동의 석굴암 주실에 있는 본존석가여래좌상(본존불). 이르면 올해 안에 서울 한복판에서도 3차원(3D) 디지털 영상으로 본존불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경주시
석굴암이 3차원(3D) 영상 다큐멘터리로 다시 태어난다.

12일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따르면 KAIST 문화기술(CT)대학원은 이르면 다음 달 경북 경주시 진현동의 석굴암에서 디지털 영상자료를 만들기 위한 레이저 스캐닝 작업을 한다.

작업팀은 유리벽으로 차단돼 있는 석굴암 주실(主室)에도 들어가 본존석가여래좌상(본존불)과 십일면관세음보살상 등도 스캐닝할 예정이다.

중앙박물관은 지난달 초 불국사 측에 촬영 허가를 요청했으며, 최근 불국사 측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다만 불국사 측이 스캐닝 작업 전에 문화재 사고 보험에 들 것을 요구해 관련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촬영은 일반인도 석굴암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서울 용산구 중앙박물관에 석굴암의 3D 영상을 설치하기 위해 기획됐다. 중앙박물관은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열릴 통일신라 조각전에 이를 전시할 계획이다.

CT대학원은 4∼8월 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전’에서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 페르세폴리스를 3D 영상으로 재현해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6월에는 베트남 후에 황성을 디지털로 복원해 베트남 정부와 현지 관광객에게 호평을 받았다.

석굴암의 3D 영상 다큐멘터리는 페르세폴리스 3D 영상 복원에 참여했던 김탁환(소설가) CT대학원 교수가 집필하는 시나리오를 토대로 제작된다. 시나리오는 통일신라 경덕왕 10년(751년)에 석굴암을 착공한 대상(大相) 김대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석굴암의 탄생과 역사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신라 혜공왕 10년(774년)에 완성된 석굴암은 1962년 국보 제24호로 지정됐으며, 1995년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수많은 관람객이 석굴암을 찾으면서 훼손이 우려되자 정부는 1976년 주실 입구에 유리벽을 설치했다. 이후 문화재 담당자나 석굴암 관계자가 점검을 위해 매년 한두 차례 들어갈 뿐 일반인의 출입은 차단돼 왔다.

석굴암의 3D 영상 제작은 2000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앞두고 한 차례 시도됐지만 불국사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제작팀은 경주 신라역사과학관에 있는 실물 5분의 1 크기의 석굴암 모형을 스캐닝해 3D 영상물을 만들었다.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석굴암을 3D 영상으로 만들어 일반에 공개할 경우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국내 디지털 복원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1997∼1999년 미국과 이탈리아가 공동으로 200만 달러(약 22억2000만 원)를 들여 다비드상을 3D 영상으로 만든 ‘미켈란젤로 프로젝트’를 계기로 이집트와 중국 등의 수많은 문화재가 디지털로 새 생명을 얻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영상미디어센터 권용무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디지털 복원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지만 장비는 해외에서 들여와 쓰고 있는 형편”이라며 “디지털 복원 시장의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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