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가 서울 왔다…北유물 60점 특별전

  • 입력 2005년 4월 2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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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국보급 고구려 유물들이 서울에 왔다.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15점을 포함한 고구려 유물 60점이 22일 금강산 육로 관광코스(국도 7호선)를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이들 유물은 고려대가 개교 100주년을 맞아 마련한 ‘고구려 특별전’(5월 7일∼7월 10일)에 전시된다.

고려대 최광식(崔光植·한국사학과 교수) 박물관장을 단장으로 한 고구려 유물 인수팀 6명은 21일 금강산을 방문해 김송현 조선중앙역사박물관장에게서 유물을 넘겨받았다. 인수팀은 유물을 무진동차에 실어 이날 오후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의 남북 출입사무소(CIQ)를 통과해 밤늦게 서울에 도착했다.

이날 들여온 유물 중에는 1988년 함경남도 신포시 오매리에서 출토된 명문(銘文·새긴 글씨)이 있는 금동판(546년 제작), 1994년 강원도 철령에서 나온 3세기 무렵의 철제 말과 청동제 사신(四神) 등 그동안 남한에 소개되지 않은 국보급 유물들이 포함돼 있다.

불상 뒤에 붙이는 연꽃무늬 광배 평양 평천에서 나온 광배. 불상 뒤에 붙이는 것으로 연꽃과 넝쿨, 불길 무늬를 형상화했다. ‘영강 7년’이라는 연호가 있어 고구려 양원왕 7년(551년)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사진 왼쪽).
4,5세기 무렵 여의주 든 조각상 북한 평양 대성산에서 출토된 4, 5세기 무렵의 남자 조각상. 여자 조각상과 함께 돌함에 담긴 채 출토됐다. 오른손에 불길 모양의 석장을 쥐고 왼손에 여의주를 들었으며 머리에는 두건을 썼다. 고구려에 불교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시기에 불교와 재래신앙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신상으로 추정된다(오른쪽). 자료 출처 조선유적유물도감
또 고구려의 대표적 금속공예품인 해뚫음무늬 금동장식품과 불꽃뚫음무늬 금동보관을 비롯해 평양 안악궁터와 정릉사터 등에서 출토된 각종 기와와 벽돌, 평안남도 평성시 지경동 1호 무덤에서 나온 나팔형단지와 마구(馬具), 평양 대성산에서 나온 뼈단지와 조각상 등도 들어 있다.

이번에 서울에 온 유물의 총 평가액은 3403만 달러(340억 원 상당)에 이른다.

최 교수는 이날 “고구려 유물은 2002년 말과 2004년 3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를 통한 남북 문화교류 차원에서 두 차례 서울에 온 적이 있으나 상당수가 복제 벽화 유물이었다”며 “이번 유물들은 모두 고구려 문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진품”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두 차례의 북한 유물 운반에 남포항과 인천항을 통하는 바닷길을 이용했던 데 비해 이번에는 처음으로 육로를 이용했다. 고려대는 ‘한국 고대의 글로벌 프라이드, 고구려’라는 제목으로 5월 7일부터 고려대 일민박물관에서 갖는 이 특별전에서 남한 내 고구려 유물 80여 점과 일본에서 빌려 온 고구려 유물 40여 점을 포함해 총 230여 점을 일반에 공개한다. 이 특별전은 고려대 박물관과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고, 동아일보사와 고려중앙학원, 고구려연구재단, 남북역사학자협의회, 한국대학박물관협회가 후원한다.

북한의 고구려 유물 60점을 실은 무진동 특수차량이 22일 오후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의 남측 출입사무소를 통과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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