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신간]1930년대 일제하 경성사람들의 일상은…

  • 입력 2005년 2월 2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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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상생활에 대한 미시사, 풍속사 연구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알아 볼 수 있다. 사진은 1930년대 잡지에 게재된 당시 생활상을 담은 삽화들.
일제강점기 일상생활에 대한 미시사, 풍속사 연구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알아 볼 수 있다. 사진은 1930년대 잡지에 게재된 당시 생활상을 담은 삽화들.
폭력과 억압, 그리고 저항의 어두운 시대로 이해되는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의 일상은 어떠했을까.

그동안 한국근현대사 연구가 독립운동사나 일제의 착취사 등 거시적 측면에 집중되면서 눈길을 끌지 못했던 대중의 일상생활을 조명하는 미시사, 풍속사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대학강사 6명은 1930년대 문학작품과 잡지를 통해 당시 한국인의 생활과 풍속을 살핀 책 6권(살림지식총서 151∼156)을 최근 펴냈다. 또 한국사회사학회는 3, 4일 이틀간 서울대에서 ‘일본 제국주의 지배와 일상생활의 변화’를 주제로 특별심포지엄을 갖는다.

우선 살림지식총서에 나타난 1930년대 경성(서울) 사람들의 일상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양복과 넥타이가 월급쟁이의 옷차림이 되고, 여성들은 유행의 상징인 여우목도리를 두른다(총서 중 ‘모던 걸, 여우목도리를 버려라-근대적 패션의 풍경’).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여학생들은 배우자로 회사원 상인 의사 교사 변호사 기자를 선호한다(‘누가 하이카라 여성을 데리고 사누-여학생과 연애’). 여성잡지들은 최첨단 유행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민 신여성 사진을 표지에 싣고 이들의 의식주를 시시콜콜하게 다룬다(‘스위트 홈의 기원’).

그 시대에도 사람들은 유행을 좇고, 여성잡지를 탐독하고, 도박을 하며 음악을 듣고 춤을 추고, 에로틱하고 엽기적이고 유머러스한 것에 열광했음을 이 책들은 보여준다. 책들이 드러내는 생생하고 변화무쌍하며 역동적인 삶은 기존 역사학의 사회경제적이고 계급적인 접근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사회학계도 이 시기 생활사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한국사회사학회 주최의 심포지엄에서 다루는 주제는 시간체제 영화 영어 물 의복 등 일상의 의식주가 주를 이룬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발표문 ‘물과 근대적 일상의 형성’에서 우물을 대신한 상수도의 설치로 물장수가 몰락하고 공공이발소와 목욕탕, 카페, 빙수가게가 출현하는 등 물을 둘러싼 인간관계의 변화를 드러냈다.

강내희 중앙대 영문학과 교수는 ‘식민지시대 영어교육과 영어의 사회적 위상’에서 영어가 당시 신지식인들 사이에 기본소양이었으며, 지식인사회에 영어에 대한 열망과 수요가 지속적으로 존재했음을 밝힌다.

공제욱 상지대 교양과 교수는 ‘일제의 의복 통제와 국민복’에서 일제가 한국인에 대한 근대적 국민 만들기의 일환으로 흰옷을 못 입게 하고 국민복과 몸베를 장려했음을 알려준다.

미시사, 풍속사 연구는 아직 역사학계의 본격적 흐름은 아니며 국문학과 사회학의 문화 및 문학 연구의 부산물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런 연구가 ‘현실’을 더욱 치밀하고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근식 한국사회사학회 회장(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은 “미시사, 생활사 연구는 식민지 시기와 이후 시기의 단절과 연속에 대한 연구”라며 “식민지 유산의 철저한 극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우정한(고려대 경제학과 3년), 안현정 씨(이화여대 국제학과 3년)가 참여했습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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