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미친' 청견스님이 말하는 절 예찬론

  • 입력 2002년 5월 10일 18시 14분


경건한 자세로 절을 하는 청견 스님
경건한 자세로 절을 하는 청견 스님
“살이 찔 여유가 없습니다. 문 걸어 닫고 보일러를 튼 채 절을 하면 ‘절탕’입니다. 사우나가 따로 없죠. 하루 저녁에 체중이 3㎏가 주는 사람도 있고 뚱뚱한 사람은 더 빠집니다.”

절에 ‘미친’ 스님이 있다.

5일 경기 양평군 소리산에 있는 법왕정사에서 ‘100만불자 108배 1만일 결사’ 행사를 가진 청견 스님(53).

스님의 절에 관한 기록은 상상을 초월한다. 83년부터 2000년말까지 500여만배를 했다. 17년간 한해 평균 29만여배를 한 셈이다. 하루 3000배씩, 다시 그 3000배를 1000일간 해 300만배를, 하루 1만배씩 100일간 수행해 100만배를 하기도 했다. 스님은 2000년 절 수행의 요령과 수행자의 체험담을 모은 책 ‘절을 기차게 잘하는 법’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700여명이 참석했고 참가자들의 108배가 포함된 ‘결사 대법회’와 타악기 명인 김대환의 연주, 전위연극인 무세중의 퍼포먼스, 서양화가 이수의 행위극 등으로 구성된 ‘소리산 문화축제’가 이어졌다. 청견 스님은 물론 참가자들도 매일 108배를 기본으로 매주 토요일에는 1080배, 월말에는 3000배씩을 하게 된다.

“스님, 왜 참선(參禪)이 아니라 절입니까.”

절에 미친 스님에게 지나친 우문(愚問)일까.

하지만 스님의 얼굴에는 기분 나쁜 표정은 없다. 그냥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왜 그렇게 절에 매달리냐고. 내가 절을 많이 한다고 다른 수행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본래 절 수행은 염불 참선 독경과 함께 4대 수행법의 하나이지만 그 의미가 간과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절 수행을 하면 몸과 마음을 함께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청견 스님도 절 수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전형적인 참선 수행자였다.

그가 절에 빠진 데에는 사연이 있다. 80년초 불의의 사고로 왼쪽 고관절을 다쳐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지내게 됐다. “‘염불이나 하시게’라는 은사 스님의 말이 야속하게 들렸다. 3년간 통증이 심할 때마다 염불을 했고 차츰 고통이 줄어드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청견 스님은 그 뒤 부처님께 평생 ‘절 공양’을 올리면서 살겠다고 결심했다.

“현재 65㎏인 체중이 한때 44㎏까지 줄었습니다. 처음에는 절을 하루 3차례도 하기 힘들었지만 절 수행을 한 뒤 1년정도 지나자 몸을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정말 절을 바르게 잘할 수 있을까.

부처님을 향한 바른 마음 가짐과 단전 호흡을 자연스럽게 몸에 대입하는 것이 절 수행법의 핵심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절을 하면 심장의 뜨거운 불기운은 아래로 내려가 사지를 따뜻하게 하고, 신장의 차가운 물기운은 위로 올라가 머리 부분을 차갑게 해주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초심자의 경우 절 수행 뒤 꼭 몸을 풀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날 허리와 다리 통증으로 걷기가 힘들다. 108배 뒤 몸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10분간의 ‘오리 걸음’이 특효약이라는 게 청견 스님의 귀띔이다.

스님은 97년 양평군의 소리산에 있는 토굴에 정착한 뒤 2000년 종합수련원 법왕정사 (031-771-7745)를 건립하면서 본격적인 절 수행법의 전파에 나섰다. 이곳에서는 하루 6시간의 수행 프로그램이 진행되다. 절 수행외에도 좌선(坐禪), 행선(行禪) 등 다양한 수행 일과가 이어진다.

“절은 수행의 첫 관문으로 무수히 절을 하다보면 인생을 무겁게 누르던 짐이 벗겨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절은 또 자신을 낮추는 것이기에 인간 관계가 좋아져 덕과 지혜가 넘치게 만듭니다.”

김갑식 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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