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97년 노벨평화상 조디 윌리엄스 인터뷰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53분


1950년 인구보다 소의 숫자가 더 많다는 미국 버몬트주의 소도시에서 태어난 한 시골 소녀가 있었다. 대학생으로 성장한 그녀는 70년대 초 베트남전 반전 시위가 계속될 무렵 한 가지 질문에 골몰하게 된다. “과연 이렇게 밖에는 할 수 없는가? 왜 우리는 평화를 외면하는가.”

이런 고민을 하던 조디 윌리엄스 국제지뢰금지운동 대표(51)는 지뢰금지운동을 한 공로로 199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윌리엄스는 29일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사랑, 평화, 정의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불편한 듯 그는 자신의 연구와 활동이 평범한 관심에서 시작됐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를 만나는 동안 그의 노력과 열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음은 역력히 드러났다.

기자들의 질문은 주로 미국 테러와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우선 9월 11일 발생한 미국 테러에 대한 그의 반응이 궁금했다. 인상에서 느껴지는 단호함이 대답에서 그대로 배어나왔다.

“이번 테러는 인류에 대한, 휴머니즘에 대한 범죄입니다. 그러나 미국 역시 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요. 군사적 대응이 더 큰 복수심을 양산하며 이는 폭력의 악순환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합니다. 21세기의 태동과 함께 전 인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구시대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압력을 적절히 조화시키면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찾을 수 있을텐데요.”

그는 세계 평화의 구축을 위해서는 한 명의 위대한 영웅이 아닌 수천만 명의 시민과 이들을 결집하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4∼5년에 한 번 대통령을 선출할 때만 자신의 의사를 표명한다면 이는 진정한 민주주의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정부의 일부이며 정부에게 우리가 원하는 바를 끊임없이 제시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평화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을 찾은 그녀가 한반도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리 없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나라에서 얼마든지 지뢰를 밟을 수 있습니다. 현재 DMZ 남쪽에만 100만개, 후방에 6만8000여개가 묻혀있으며 200만개의 지뢰가 비축돼 있습니다. 전쟁이 서로에게 뼈아픈 상처를 남기고 이는 다시 보복에 대한 갈망을 낳았지만, 이제는 인류애가 갈등을 풀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평화운동의 최전방을 지키는 윌리엄스는 운동가다운 면모를 드러내며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TV에 비쳐진 전쟁 난민들을 보며 그저 울고 있을 뿐이라면 이는 그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스스로에 대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울고 있을 시간에 당장 무엇인가 하십시오. 아무리 평범한 사람도 원하기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저를 보세요. 세계 평화 구축의 주역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