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영화]롭 로이…폭정 물리친 「스코틀랜드 영웅」

  • 입력 1996년 10월 23일 20시 53분


영국에 대한 스코틀랜드의 저항을 다룬 두편의 영화가 얼마전 개봉되어 화제가 되 었는데 하나는 멜 깁슨 주연의 「브레이브 하트」였고 또하나는 리암 니슨 주연의 「롭 로이」였다. 전자는 14세기 영국의 압제에 대항해 싸웠던 스코틀랜드의 영웅 브레이브 하트의 일대기를 그린 화려한 대작 사극영화였고 후자는 18세기 초에 활 약했던 또하나의 영웅 로버트 로이 맥그리거(1671∼1734)의 투쟁을 묘사한 소박하고 조용한 사극영화였다. 「롭 로이」는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리암 니 슨과 94년도에 아카데미상을 받았던 여배우 제시카 랭이 공연해서 매스컴의 화제가 되었지만 정작 「롭 로이」가 스코틀랜드 출신 영국 소설가 월터 스콧의 소설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영화 「롭 로이」는 스콧의 소설과는 많이 다르다. 예컨대 원작소설은 프랜 시스 오스발디스톤이 런던의 아버지에게서 쫓겨나 잉글랜드 북부의 삼촌 집으로 가 면서 시작된다. 스콧은 스코틀랜드에 대한 유명한 두 소설인 「롭 로이」와 「웨이 벌리」를 출간함으로써 1745년 반란 이후 잉글랜드로부터 천대받던 스코틀랜드인들 에게 자존심과 명예감을 되돌려주었다. 스코틀랜드 출신 마이클 케이튼 존스 감독의 영화 「롭 로이」는 관찰자 오스발디 스톤에 대한 이야기나 시각을 과감히 생략하고 처음부터 롭 로이 자신에 대한 이야 기를 직접 해나감으로써 이 영화를 롭 로이의 일대기로 만들고 있다. 자존심 강한 몰락한 왕족의 후예 로버트 로이 맥그리거(리암 니슨 분)는 잉글랜드의 지배를 받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북부 고원지대인 「하이랜드」에서 부족들을 돌보며 살고 있다. 그는 주민들을 기아에서 구하기 위해 영주 몬트로스 후작에게 1천 기니를 빌리는데 후작의 식객인 잉글랜드인 검객 아치볼드 커닝엄과 후작의 관리인 킬런이 돈을 받 아 가던 사람을 죽이고 그걸 중간에서 가로챈다. 돈을 뺏기고 억울하게 빚을 지게된 롭 로이는 억압받는 스코틀랜드의 상징이고 가 해자 아치볼드는 착취자 잉글랜드의 상징인 것처럼 보인다. 아치볼드는 심지어 롭 로이의 아내 메리(제시카 랭 분)까지 범한다. 그러한 설정 역시 강제로 잉글랜드에 합병된 스코틀랜드의 슬픈 운명을 나타내주는 은유로서 제시되고 있다. 복수심에 불타는 롭 로이와 아치볼드는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이때 롭 로이의 무 기가 무거운 구식 칼인데 반해, 아치볼드의 무기는 마치 펜싱 검처럼 날렵하고 현대 적인 칼이라는 사실 역시 두 나라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교에서는 아치볼드 를 당하지 못하지만, 힘과 명예와 자존심으로 롭 로이는 아치볼드를 무찌른다. 그는 다시 하이랜드로 돌아간다. 롭 로이는 스코틀랜드의 전설적인 영웅이다. 그는 부패한 영주와 귀족들을 싫어했 던 자유민들의 지도자였으며 끝내 아메리카로 떠나지 않고 조국에 남아 독재와 탄압 으로부터 하이랜드를 지켰던 영웅적인 전사였다. 김 성 곤(서울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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