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긴급재난지원금, 어설픈 기준으로 형평성 논란 더 커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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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기준을 ‘본인 부담 건강보험료’로 정했다. 4인 가족 기준 직장가입자는 23만7652원, 지역가입자는 25만4909원 이하면 최대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는 별도 조사 없이 전 국민의 자료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번 발표에도 불구하고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직장가입자의 건보료는 근로소득으로만 매기고 회사가 절반을 부담한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주택 자동차 등 재산까지 포함되는 데다 본인이 100% 부담한다. 둘 사이 형평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또 소규모 사업장은 작년, 재작년 자료를 바탕으로 건보료가 산정된다. 작년까지는 소득이 괜찮았으나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급감한 사람은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정부는 소득 감소를 증명하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구체적 방법은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겨 혼란이 예상된다. 소득 하위 70%라도 고가의 부동산 등 자산이 많아 제외되는 기준은 이번에도 발표하지 않았다.

애초에 정치논리로 지원 대상을 국민의 70%로 정하면서 일이 꼬였다.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가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경기부양용인지 어정쩡하다 보니 지원 기준도 오락가락한 것이다. 신속함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를 따라가지 못한다. 독일은 3월 중순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에게 5000유로(약 670만 원)를 지급한다는 정책 발표 1주일 만에 신청을 받아 1주일 안에 지급했다. 미국도 2주 안에 1인당 최대 1200달러(약 146만 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은 총선이 끝나고 국회에서 2차 추경을 통과시킨 뒤 5월 중순에나 주겠다니 긴급재난지원금이란 말이 무색하다.

코로나 사태로 미국에서 2주일 만에 1000만 명의 실업자가 나오는 등 경제 충격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지원금 하나로 코로나19로 인한 민생고를 다 해결할 수 없다. 이왕 결정한 것은 신속히 집행하고, 기업 자금 경색과 대규모 구조조정 등 일파만파로 번지는 경제위기를 막을 선제적 대책들을 내놔야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긴급 금융지원은 두 달 전 대책을 내놓고도 지금까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마저 증빙서류 마련과 밤샘 줄서기에 진이 빠지고 며칠씩 생업을 중단해야 하는 시행착오가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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