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까지 넘어야 할 산[기고/제롬 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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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의사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의사
현대의 백신 개발은 매년 250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과 아동교육 개선, 경제 성장 및 빈곤 감소 등 성공의 역사다. 예방 접종보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더 높은 정부의 정책은 많지 않다. 그런데 백신을 만드는 회사로선 실험실에서 접종을 위해 병의원까지 가는 과정은 길고 복잡하며 비용이 많이 든다. 백신 개발에는 평균 5∼10년이 걸리고 비용은 10억 달러(약 1조2200억 원)에 달한다. 실패율은 90%에 이른다. 코로나19는 12주 만에 198개국으로 확산돼 50여만 명이 감염됐고 2만3000여 명이 사망했다. 백신이 없으면 코로나19는 인구의 약 60%가 감염될 때까지 계속 세계 각국에 위협을 가할 것이다. 이는 인구 5000만 명의 국가에서 감염자 3000만 명과 사망자 30만∼60만 명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백신 개발 관점에서 풀지 못한 의문들이 있다. 먼저 코로나19에 한 사람이 두 번 감염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첫 감염을 통해 얻어진 면역체계는 일정 기간 두 번째 감염과 싸워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백신의 원리다. 둘째, 우리는 이런 면역반응들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항체인지, 바이러스 특이적 ‘킬러’세포인지, 둘 다 필요한지 정보가 있어야 한다. 셋째, 동물모델을 통해 면역반응들로 감염 예방이 가능한지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백신이 안전한지를 알아내야 한다.

백신 개발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백신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모델에서 독성 시험을 거친다. 이어 사람에게서 안전성과 잠정적인 백신 유도 면역반응을 평가하는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간다. 가능성이 있는 백신 후보는 임상 2상으로 진입한다. 많은 사람에게서 원하는 면역반응이 유도되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임상 3상은 백신이 감염과 질병을 예방하는 능력을 테스트한다. 3상에서 획득된 자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백신 승인에 핵심적인 요소다. 통상 5∼10년 동안 이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대유행 상황에서는 이런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1단계와 2단계를 결합해 개발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후속 단계를 진행하기 위한 결정은 초기 백신 접종 완료 후 면역반응을 근거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하면 12∼18개월 뒤 어떤 백신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신속 인허가 검토를 거쳐 백신을 제조해야 한다. 제조 준비에 1∼2년이 소요될 수 있다. 회사는 신속한 제조를 위해 승인 직후 리스크를 감수하고 생산 시설을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백신 개발이 급하다고 해도 안전을 등한시할 수는 없다. 백신은 예방을 위해 건강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신 임상시험은 참가자가 예방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는지 독립기관에서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백신은 대유행 이전 삶으로의 복귀를 위한 희망을 제공하기 때문에 시급히 필요하다. 우리는 백신의 임상시험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시행하기 위한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강력한 생명공학 및 백신제조 기업들이 공조협력을 통해 최전선에 서야 할 것이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의사
#코로나19#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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