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인문학 공부법[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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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인·난다출판사 대표
김민정 시인·난다출판사 대표
“정말이지 인문학은 무슨 말을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될 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하는 것이다.”

―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빤히 안다 싶으니까 한번 찾아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인문 갈래, 자연 갈래?” 할 때 진로를 정하면서도 너무 당연하다 싶으니까 국어사전에서 한번 찾아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내 머릿속에 있으니까 만만히 여겨왔던 것. 그런데 그 앎에 대해 설명해 보라 하면 말문을 닫게 하던 것. 그 ‘인문’이란 단어 말이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인간과 인간의 근원 문제,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정의가 이어진다. 그 한 문장의 반죽 덩어리에서 수제비를 뜯듯 인간, 근원, 사상, 문화, 학문 등의 키워드를 떼어내니 제각각의 그것들이 너무 크고 너무 깊어 그만큼 어려운 단어들이 또한 없지 싶다.

인문학 공부가 들불처럼 번져 있는 나라, 인문학이 입시 공부인 줄 알고 있는 나라, 인문학 공부 속전속결의 커리큘럼이 유행하는 나라. 인문학 공부라는 그 실효성에 어떻게든 계산기를 들이대는데 당장 답이 안 나오니 ‘답보’라는 보폭으로, 허공에 붕 띄워둘 때가 다분해서 뜬구름 잡는 학문이려니 여기는 이가 많기도 한 나라. 그런 작금의 우리에게 황현산 선생님의 이 문장은 느닷없이 날아와 뒤통수를 때리는 축구공을 닮아 있다. 원을 표현하는 데 있어 둥글다는 핵심을 통통 튀기는 소리와 함께 입체적으로 증명해 보일 때의 적확함 그 자체라고나 할까. 해서는 안 될 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해야 할 말만을 하기 위해 스피치학원에 다니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황 선생님의 이 문장을 자신에게 던져보는 것도 그 나름의 방편일 것 같다.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을 때라…. 나는 책을 읽었고, 친구를 만났으며, 길을 걸었고, 잤다. 이거 어쩌다 나만의 인문학 공부법을 말해버렸네!

김민정 시인·난다출판사 대표
#인문학 공부법#황현산#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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