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동경영]‘옛 것을 본받아 새로움을 창조’… 한국美의 정수 세계에 알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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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8’展
밀라노 트리엔날레 뮤지엄서 열려

2018 밀라노디자인 위크가 시작된 17일 밀라노 트리엔날레 뮤지엄에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8’ 전시가 개막해 6일간 한국 미학의 정수를 세계에 알렸다.

1961년 시작돼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축제로 자리 잡은 밀라노디자인 위크는 가구박람회장을 중심으로 밀라노 시내 전역에서 패션·전자·자동차·통신 등 세계 유수 기업이 가장 최신의 감각으로 자사 제품은 물론 이미지를 홍보하는 디자인 경연장이다. 매해 위크 기간에 개최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전은 올해로 6년째를 맞이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미학 선보여

올해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음)’를 주제로 무형문화재 및 현대 디자이너 34명의 작품 총25점을 준비했다. 밀라노를 들썩이게 하는 이 행사의 원천은 동시대 최고의 리빙디자인 집합소인 ‘살르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로 이곳에서 선보이는 한국적 미감과 기술이 응집된 가구들이 과연 어떤 시선을 받을지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봉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은 “나전칠기와 목가구에 집중한 이번 전시에서 정갈하고 품격 있는 한국 생활 문화의 에센스를 보여줄 것”이라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움을 창조하는 법고창신의 정신이야말로 발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작의 원류이며 그 진가가 세계무대에서 드러날 것”이라 자신했다.

전시를 기획한 전주희 감독은 1여년의 시간 동안 한국미의 전형에 대해 누구보다도 고심해왔다. 그는 ‘검이불루 화이불치’야말로 한국 미학을 압축하는 주제라 설명하며 “각각의 작품이 지고의 미를 추구하면서 일상의 편리와 기능을 겸비한 합리적 미감으로 동시대 유럽인들의 감각에도 역시 감흥을 줄 것”이라 말했다.

자연을 닮은 공간, 그 속의 작품들

디자인 뮤지엄 트리엔날레 2층에 자리한 전시장은 개막 당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스튜디오 베이스에서 공간 연출을 맡아 ‘자연을 닮은 공간, 그 속에 녹아든 공예’를 주제로 가구의 가장 원재료인 나무와 그것으로 작업하는 이의 흔적을 기본 요소로 삼았다. 수만 조각의 나무오리들이 마치 산세를 그리듯 깔리고 그 위에 작품들이 자리하여 산골짜기의 운무가 피어오르는 것 같은 장관을 이루어 전시장을 찾은 이들은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와 사색하는 느낌”이라는 찬사를 던졌다.

장인·디자이너·기업의 완벽한 하모니

국가무형문화재, 지역무형문화재, 명장, 장인들과 무형문화재 이수자, 현대가구작가와 디자이너 등 세대를 망라하여 함께 작업한 25점의 가구들은 편리, 운치, 여유, 휴식이라는 각각의 키워드에 따라 전시됐다.

무형문화재 소목장 보유자인 엄태조 장인의 약장과 소병진 장인의 사방탁자, 머릿장과 약장의 기능을 겸한 이재영 작가의 작품은 덤덤하고 중후한 한국 생활문화를 잘 보여주었다. 50여 년간 나전칠기의 전승과 현대화를 위해 매진한 김종량 장인과 이미혜 디자이너의 협업 작품 ‘통영바다’는 작품명 그대로 찬연한 통영 앞바다를 형상화했다. 권원덕 소목장 이수자와 유배근 한지발장, 김은학 디자이너가 협업한 장식장은 무명실처럼 얇은 한지발로 표면을 마감하고 LG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을 장착하여 전통을 바탕으로 한 현대 생활가구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삼웅, 김건수, 이정훈 작가와 같은 젊은 세대들은 전통가구의 소재와 기법에 충실하되 현대적 감각을 앞세운 스툴, 협탁 등을 선보여 관람객들을 매료시켰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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