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패트릭 크로닌]트럼프의 ‘아시아 회귀 후(後)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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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와 차이를 보인 트럼프의 아시아 전략
동맹은 목적을 위한 수단… 각자의 책임 분담도 강화
핵심은 미국의 힘을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유지·강화하는 것
그의 첫 아시아 순방은 이런 틀을 짜는 완벽한 기회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달 아시아 순방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후(後)’ 전략의 출발점이다. 정상회담과 연설을 통해 유라시아와 인도양 그리고 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보호하는 비전을 자세히 설명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물론 이 정책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오랜 관여의 역사와 이전 정권들의 노력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몇몇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

첫째로 트럼프의 아시아 정책을 대표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이라는 문구는 미국이 해당 지역에 오랫동안 관여해 왔음을 강조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0년도 더 전에 유행시킨 말이긴 하지만 미래의 기회에 대한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겠다는 뜻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동맹국과 파트너들은 안정과 경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전 정부와의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동맹관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는 성향을 보였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려 한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은 결코 공짜가 아니며,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국방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스스로 부담을 더 지지 않는 한 열려 있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트럼프의 한국과 일본 방문에서 나타났듯 ‘책임 분담’은 갈등 유발 요소라기보다는 상호 간에 합의된 정책 기조에 가깝다. 한국과 일본 모두 국방을 더 스스로 책임질 강한 의사가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기꺼이 돕고자 한다.

완전히 새로운 접근은 아니지만 ‘스텝 변화’ 차원에서 트럼프는 파트너들과의 유대관계를 한층 더 강화시키고자 한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에서 ‘인도’를 지목한 것은 미국과 인도 관계를 다음 단계로 격상시키겠다는 암시다. 간혹 좌충우돌하던 필리핀 태국과의 관계에서도 트럼프는 일종의 ‘리셋’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접근과 협력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은 호주와 싱가포르다.

셋째로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 태평양 정책’은 다자 무역 협정이 아닌 양자 무역 협정과 투자를 중심으로 한 경제 성장을 강조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보다 자유세계질서에 대한 책임감이 더 투철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나 제2차 세계대전 후 만들어진 브레턴우즈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중국의 국영기업에 대항해 무역 호혜성과 시장 접근성을 요구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트럼프가 경제 성장 촉진에 모든 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다. 주요 투자 및 무역 협정 소식이 트럼프가 들르는 곳마다 들려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제 개혁과 규제 철폐를 통해 잠자고 있는 미국 경제를 다시 깨우려 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친구들에게도 경제적 기회가 확대됨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트럼프와 오바마는 중점을 두는 전략적 중심지가 다르다. 너무 오래 끌어버린 중동과 서남아시아에서의 군사정책 비용을 서서히 줄이고 아시아에서의 기회로 눈을 돌린 것이 오바마였다면, 트럼프는 북한의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을 성공적으로 저지하고 ‘부상하는 아시아’와의 경제적 장기전을 대비하고자 한다.

불같은 어투와 힘의 과시에서 볼 수 있듯이 트럼프는 전임자들보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이 더 강하다. 하지만 8일 국회 연설에서 드러난 것처럼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 결코 생각이 다르지 않다. 최고의 압박을 통해 북한을 진지한 대화 테이블로 불러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과 최대한의 협력 관계를 맺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을 이번 세기 중반까지 세계의 중심에 두고 싶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바람을 트럼프가 그대로 받아줄 리는 없다. 워싱턴의 새로운 관심사는 더욱 치열해질 중국과의 경쟁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핵심은 광활하고 역동적인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힘을 지켜내고 미국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필수 역량을 강화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첫 아시아 순방은 이 정책의 개요를 짤 수 있는 완벽한 기회였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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