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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의 진화 어디까지… 감쪽같은 ‘수학으로 만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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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의 진화 어디까지… 감쪽같은 ‘수학으로 만든 바다’

염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7-01-13 03:00수정 2017-01-13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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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모아나’ 바다 CG 화제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두 주인공은 수학으로 만든 바다 위에서 모험을 펼치며 위기를 극복한다(위). 조지프 테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팀이 새롭게 선보인 시뮬레이션 기법(APIC)을 사용하면 기존 기법(PIC 또는 FLIP)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유체 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제공
  ‘생애 첫 항해에 나선 주인공 모아나는 암초지대를 지나자마자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높은 파도를 만난다. 위협적인 파도는 모아나의 작은 배를 순식간에 뒤집고,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얀 거품으로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진다.’

 12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모아나’에서는 사실적인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실제 바다보다 더 현실 같은 바다 연출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수학의 힘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블랙홀 장면 묘사에 미국 물리학자 킵 손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가 기여했듯, ‘모아나’의 파도는 조지프 테란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수학과 교수 연구진이 만들었다.

○ ‘물’의 움직임 묘사는 컴퓨터그래픽의 난제


 컵에 물을 따르는 장면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나타내려면 시간에 따라 변하는 물의 양에 주목해야 한다. 물병에서 쏟아지는 물의 양과 컵에 채워지는 양이 같아야 한다. 물을 따를 때 물병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속도, 컵 벽에 부딪쳐 튀어 오르는 물방울도 감안해야 한다. CG 전문가들도 복잡성이 큰 물이나 불, 연기, 눈 등은 제작을 꺼린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이처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장면 묘사를 위해 수학자, 공학자, 개발자의 도움을 받는다. 수학자는 밀도와 부피 같은 물리적 성질을 기초로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함수식을 만든다. 공학자와 개발자는 함수식을 바탕으로 디자이너와 감독이 원하는 CG 영상을 구현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든다.

○ 미분방정식 이용해 파도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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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시뮬레이션은 유체역학 이론을 기초로 한다. 공기나 물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미분방정식의 일종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설계의 기본이다. 이 방정식은 백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는 세계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다. 아직 방정식의 해를 찾지 못했다. 정확한 해가 없어 오차가 있는 근사해만 구할 수 있다. 홍정모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CG 제작에서는 정확성 보다 시각적 효과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근사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론 페드코 스탠퍼드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1999년 지도교수 스탠리 오셔와 함께 처음으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CG 시뮬레이션 제작에 활용했다. 대표작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이다. 이후 이 방정식은 다양한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쓰이고 있다.

 이 방정식은 정확한 해가 없어 풀이 방법이 연구자마다 다르다. 수학자들이 이 문제를 좋아하는 이유다. 처리 속도가 빠르고, 표현이 자연스러운 CG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정식 풀이가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에 적용되고 있다. 과거 애니메이션보다 최신작에 등장하는 파도가 더 자연스러운 이유도 더 나은 방법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 살아 있는 물 나타내는 새 시뮬레이션 기법 적용


 테란 교수 연구진은 모아나 제작에 새로운 시뮬레이션 기법(APIC·The Affine Particle-in-cell)을 사용했다. 과거 기법에서는 물 움직임의 지속성이 떨어져 에너지가 부족했고, 에너지를 올리면 물 표면에 잡티가 많아지는 단점이 있었다. APIC 기법은 기존과 같은 조건에서도 움직임이 오래 지속됐고, 안정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CG를 만들 수 있었다. 연구진은 관련 내용을 담은 논문을 ‘전산물리학 저널(Journal of Computational Physics)’ 최신호에 공개했다.

 테란 교수는 “기존 시뮬레이션으로 ‘모아나’의 바다를 표현했다면 관객은 수영장에 떠있는 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며 “이번 연구로 부자연스러움을 줄이고, 바다의 거친 파도와 항해하는 배의 움직임, 물의 입자까지 세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염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inny@donga.com
#모아나#cg#유체역학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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