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기한]통합 이끄는 엘리트 스포츠 국가차원의 지원 계속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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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통합은 지난 수십 년간 지적되어 온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 간 행정 괴리에서 오는 비효율을 축소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체육계 내부보다는 사회 전반의 시선과 관점의 변화에서 찾는 것이 정확하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개최 이후 30년간 일반 시민사회에서 바라보는 스포츠는 국가주의에서 개인주의로,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변화했고 이러한 스포츠 문화의 성숙이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의 유기적 연계에 대한 체육계 안팎의 요구로 이어진 것이다.

 과거 국제대회의 메달은 국가적 영광으로 인식되었고 선수는 국가를 위해 모든 희생을 감내해 왔다. 결과만 좋으면 어떠한 불합리한 과정도 모두 용서되었다. 하지만 ‘개인’과 ‘과정’에 대한 가치, 그리고 패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통합 대한체육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엘리트 스포츠보다는 생활체육으로 옮겨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인식일 수 있다. 이는 스포츠가 더 이상 국위 선양을 위한 도구가 아니며 스포츠 참여를 통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엘리트 스포츠의 성장 동력은 풀뿌리 스포츠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생활체육에 대한 지원만으로 국제 스포츠 경기력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설사 생활체육에 대한 비대칭적 지원이 엘리트 스포츠의 약화로 이어지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잠재적 선수층의 확대가 반드시 국제 스포츠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 수준의 스포츠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활체육과 별도로 효과적인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생활체육 대중화가 뿌리 내린 일본 정부는 2007년 문부과학성 보고서 ‘리딩 스포츠 네이션(Leading Sports Nation)’을 통해, 영국 정부는 2008년 ‘플레잉 투 윈(Playing to Win)’을 통해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두 나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각각 23위와 36위까지 떨어진 순위를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6위와 2위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생활체육 저변이 이미 확보된 일본과 영국에서 적극적인 엘리트 스포츠에 투자하는 것은 풀뿌리 스포츠 발전만으로 국제 스포츠 경기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 스포츠 경기력, 즉 메달의 가치가 현 시점에 여전히 유효함을 의미한다. 다양한 국가대항전 엘리트 스포츠는 미디어 노출을 통해 일반 시민들의 스포츠 참여를 유도하고, 동시에 사회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엘리트 스포츠#생활체육#스포츠#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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