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자금 수사받는 롯데, 일본에서도 이렇게 경영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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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어제 자택과 집무실 등에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미 롯데면세점 입점을 놓고 13억 원 이상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신 총괄회장의 ‘황제 경영’과 신 회장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롯데 오너 일가가 이번엔 이명박 정부 시절 제2 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 나왔던 정치권 로비 의혹까지 전방위 사정(司正)을 받는 형국이다.

검찰은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계좌 분석 결과 임직원들이 매출을 장부에서 누락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한국에서 올린 이익 중 일부를 해외 계열사에 빼돌린 사실도 포착했다고 한다. 신 회장은 작년 8월 대(對)국민 사과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를 약속하며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일본계 지분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던 그가 호텔롯데 상장 준비 과정 중 조국에서 벌어들인 국부(國富)를 해외로 유출시켰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롯데는 요즘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판매로 핵심 임원들이 수사를 받는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재승인 심사 때 허위서류 제출을 이유로 프라임 시간대 6개월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호텔롯데는 1년 이상 근무한 아르바이트생 13명을 해고하면서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갑질’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신 회장의 조카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일본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이 비자금 조성 같은 비리로 물의를 빚는 경우가 있지만 5대 그룹 정도의 대기업이라면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한다. 한일 양국에서 사업을 하는 롯데가 일본에서라면 엄두도 못 냈을 비리를 자행하고, 오너 일가의 축재(蓄財)나 국부 유출에 악용했다면 더욱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일단 비자금 조성 의혹의 전모를 밝힌 뒤 롯데의 정관계 로비 의혹도 가려낼 방침이다. 과거 정부 인사들이 롯데와 유착해 불법 금품수수 등을 한 비리가 확인되면 당연히 엄단해야 한다. 다만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전 정권 인사들이나 재벌에 대한 ‘표적 사정’을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증거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롯데#신동빈#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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