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약속 이행하지 않으면 위안부 타결 무효 통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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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섭 건국대 명예교수장
이춘섭 건국대 명예교수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 타결 뒤 일본이 성의 있는 사과를 하지 않더라도 한국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앞으로 일본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민심이 격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이 끝까지 합의사항 이행을 거부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이 “위안부 강제 동원과 관련된 문서가 없다”고 떠들어 봤자, 국제사회에는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문제로 비칠 뿐이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에만 피해자가 있는 것이 아니고, 동남아 네덜란드에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며 군국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에 이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앞으로 정부가 크게 할 일도 없다. 단지 시민단체가 미국 등에 소녀상을 세워가는 것을 지켜보며, 일본이 과거사에 억지를 쓸 때, 그들이 한 짓을 가끔씩 지적하기만 하면 된다.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 사과를 받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한 분이라도 더 돌아가시기 전에 사과를 받는 것이 낫지 않으냐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는 이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할머니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분명 돈이 아니다. 강제로 그리고 속아서 끌려간 것을 세상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어정쩡하게 마무리되느니 후손들에게 떳떳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사과를 받아 준 뒤, 일본 총리에게 성실한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형평상 우리 정부도 성실한 이행이 안 되면 이 문제를 재론할 수 있음을 명문화했어야 했다.

약속을 한 이상 우리도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위안부 소녀상 이전 문제에서도 할머니들과 성실하게 협의하는 모습을 일본에 보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사코 할머니들이 반대한다면 정부도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지만 합의 타결 뒤에도 일본에서 계속 망언이 나오고 그 도가 지나치다면, 그 대책으로 박 대통령은 성실한 이행을 전화로만 촉구할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해석 공문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는 어떤 것들이 성실한 이행이 아닌지, 그리고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으면 약속이 무효가 된다는 내용도 담아야 한다. 그러면 일본 측도 더 조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문제가 재발하는 경우에 대비해 국제사회에 우리 입장을 미리 보여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춘섭 건국대 명예교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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