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흔해진 프로야구 父子선수, 아버지 뛰어넘는 아들은 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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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

송진우 한화 투수 코치(왼쪽)와 첫째 아들 우석(오른쪽), 둘째 아들 우현 군은 ‘야구 삼부자’다. 송 코치의 선수 은퇴식이 열린 2009년 함께 포즈를 취한모습. 당시 고등학생이던 우석 군은 현재 군복무 중이고, 중학생이던 우현 군은 고3으로 내년 프로야구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화 제공
송진우 한화 투수 코치(왼쪽)와 첫째 아들 우석(오른쪽), 둘째 아들 우현 군은 ‘야구 삼부자’다. 송 코치의 선수 은퇴식이 열린 2009년 함께 포즈를 취한모습. 당시 고등학생이던 우석 군은 현재 군복무 중이고, 중학생이던 우현 군은 고3으로 내년 프로야구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화 제공

아들에게는 야구를 시키지 않겠다는 프로야구 선수가 꽤 많다. 그런데 어쩌랴. 눈에 보이는 게 야구공과 글러브, 배트인 것을. 대개 야구 선수 아이들은 걸음마를 떼는 순간부터 야구와 인연을 맺는다. 그렇게 재미로 시작했다가 자연스럽게 대를 이어 야구 선수가 된다.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2세 야구 선수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다승(210승) 투수인 송진우 한화 코치의 아들 송우현(북일고),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종범 한화 코치의 아들 이정후(휘문고), 윤동배 롯데 상동구장 소장의 아들 윤웅재(경남고), 전일수 심판의 아들 전진우(동산고) 등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작년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이순철 SBS 해설위원의 아들 이성곤(두산), 임주택 한화 기록원의 아들 임동휘(넥센), 이병훈 KBSN 해설위원의 아들 이용하(넥센) 등 야구 선수 출신 자제 5명이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아버지를 넘을 만한 재목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스카우트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청출어람 스타가 꽤 있다. 사상 최초로 30홈런-30도루를 기록한 보비 본즈의 아들 배리 본즈는 아버지를 넘어 40-40클럽에 가입했고 역대 최다 홈런 기록(762개)도 세웠다. 켄 그리피 시니어-주니어 부자는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1990년 9월 15일 캘리포니아와의 경기에서 나란히 홈런을 쳤다. 개인 통산 홈런은 아들(630개)이 아버지(152개)보다 훨씬 많다.

아버지만 한 아들 선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순철 위원은 “2세들은 야구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까지 아버지가 흘린 땀과 눈물은 잘 모른 채 스타가 된 현재 위치만 바라보면서 자란다는 것이다. A스카우트는 어머니 쪽의 유전을 더 많이 받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좋은 선수의 경우 어머니 쪽을 많이 닮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런데 스타급 선수들은 대개 미인과 결혼하기 때문에 아들한테 운동 유전자가 덜 전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2002년 김호인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전 삼미)과 김용우(전 LG)가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부자 선수가 된 이후 한국의 부자 선수들도 나날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2012년 장광호 LG 배터리 코치의 아들 장승현이 포수로 두산에 입단하면서 최초의 부자 포수가 탄생했다. 그해 송진우 코치의 첫째 아들 송우석이 신고 선수로 한화에 입단하면서 최초로 부자가 한솥밥을 먹었다. KIA 투수 최영필이 내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올해 고3인 아들 최종현(제물포고)이 프로에 입단한다면 사상 처음으로 현역 부자 선수도 탄생한다.

언젠가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아들 선수도 분명히 나올 것이다. 송우현은 투수로서는 아니지만 타자로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재능을 보이고 있다. 이정후도 아버지만큼 야구를 잘했던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임동휘와 이성곤은 드래프트에서 각각 2차 2번과 3번을 받을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레전드(전설)’인 아버지들은 누구나 똑같은 바람을 갖고 있다. 아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야구를 할 것. 또 아들이 누구의 자식으로 불리는 대신 자신들이 이제 누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송진우#송우현#이종범#이정후#아버지#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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