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보고서 “한국경제 엑소더스 위기… 7가지 징후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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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목조목 지적

2011년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은 구글의 첫 아시아 지역 데이터센터 유치에 쏠려 있었다. 1억2000만 달러(약 1356억 원) 투자 효과는 물론 아시아의 인터넷 중심지라는 상징적 효과가 컸기 때문에 정부도 국내 유치를 위해 물밑에서 뛰었다. 하지만 구글은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뒤이은 데이터센터도 홍콩과 대만으로 정했다. 홍콩과 대만은 이로써 각각 3억 달러와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탄탄한 인터넷 인프라와 값싼 전기요금에도 불구하고 이들 아시아 경쟁국에 구글을 뺏긴 이유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구글은 정확히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IT 업계에서는 세제 혜택, 기업 규제 등 정부 정책에서 경쟁력이 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해외투자 못 받고, 한국기업은 탈출

재계가 4일 국내 기업 경영환경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이 같은 외국기업의 투자 회피는 물론 우리 기업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는 연평균 6.8%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해외 투자는 19.9% 증가해 경제 엑소더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요소의 이탈을 막고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일본 역시 경제 엑소더스가 일어났던 나라이지만 최근 U턴 기업 유치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에 힘입어 그 추세가 완화됐다. 일본 기업의 지난해 해외 투자는 전년보다 7.2% 늘어난 데 그친 반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1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해외 투자가 16.1% 늘어났고, 외국인직접투자는 7.3% 증가에 그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한국경제의 엑소더스가 우려되는 7가지 징후’로 △역주행하는 증세(增稅) 논의 △과도한 기업 규제 △납품단가 조정 어려움 △엔저 현상 지속 △높은 생산요소 비용 △경직적 노사관계 △반(反)기업 정서를 꼽았다. 이어 “기업이 한국경제를 이탈하면 우리 경제의 저성장 구도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기업 내모는 규제와 반기업 정서

전경련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은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다. 법인세 인상을 논의 중인 한국과 딴판이다. 영국은 2007년 30%였던 법인세율을 지난해 24%까지 낮췄고 2014년에는 22%까지 내릴 예정이다. 핀란드도 내년부터 24.5%에서 20%로 낮춘다. 하지만 국내에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법인세율을 현재 22%에서 각각 3%포인트, 8%포인트 높이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세계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2개국 중 정부 규제 부담 분야에서 114위, 법체계의 효율성 분야에서 96위에 그칠 정도로 기업 규제가 심하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류성원 전경련 산업정책팀장은 “해외에 사업장이 있는 기업의 90%는 국내 복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그 이유로 각종 규제 부담을 꼽는다”고 말했다.

하도급법 개정으로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쉽게 낮출 수 없게 돼 부품 공급처를 해외로 옮기는 곳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가치 하락과 산업용지, 공업용수 등 높은 생산요소 비용도 기업의 해외 대탈출을 부추기고 있다. 경직적 노사관계로 노사 간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고, 반기업 정서가 확산돼 기업인의 사기가 떨어진 점도 엑소더스에 한몫하고 있다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전경련#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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