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대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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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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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 중앙銀 “정년 위반”… 지지자들 “정치 음해” 반발

빈곤층에 무담보 소액대출을 내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개척자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무함마드 유누스 총재(71·사진)가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으로부터 총재직 해임 명령을 받았다.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은 2일(현지 시간) “유누스 총재가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정년 60세를 넘긴 뒤에도 총재직을 맡아 왔다”며 “그라민은행에 정년 규정을 위반한 유누스를 즉각 해임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라민은행의 지분 25%를 갖고 있는 방글라데시 정부는 유누스 총재가 2000년 그라민은행의 종신 총재직에 취임하면서 중앙은행에 사전허가를 얻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최근 새로운 총재를 지명하며 유누스 총재의 사퇴를 압박해 왔다. 방글라데시는 은행장 정년을 60세로 제한하고 있다.

1983년 유누스 총재가 설립한 그라민은행은 지금까지 830만 명의 빈민에게 9억5500만 달러를 대출해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첫 성공 사례로 꼽혀 왔으며 한국이 2009년 설립한 ‘미소금융’ 등 세계 각국에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이 설립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공로로 유누스 총재는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노르웨이 정부에서 받은 기부금 1억 달러를 그라민은행 계열 창업투자회사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방글라데시 정부가 조사에 나서 국가적인 영웅으로 꼽혔던 그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연간 20∼50%의 고금리를 받고 대출을 내주는 그라민은행의 대출 정책도 비판의 표적이 됐다. 이웃 국가인 인도의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이 빈곤층을 상대로 연간 60∼120%에 이르는 고금리 대출을 실시해 이자 부담에 시달린 빈곤층 여성 50여 명이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방글라데시에서도 그라민은행의 고금리가 서민 생활을 피폐하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유누스 총재의 지지자들은 방글라데시 정부의 해임명령이 대권주자로 떠오른 유누스 총재를 음해하기 위한 정치적 공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유누스 총재는 해임을 거부하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누스 총재의 지지자들이 요직을 차지한 그라민은행 내부에서도 정부의 해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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