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84>或曰, 以德報怨이 何如하니잇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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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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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무례하게 구는 사람도 은혜로 대하라고 말한다. 그런 厚德(후덕)함을 진심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더구나 有意(유의)의 私心(사심)에서 그런다면 원망스러운 사람을 대하는 일도 은혜로운 사람을 대하는 일도 모두 공평하지 못하게 된다. ‘논어’의 ‘憲問(헌문)’에서 공자는 원망스러운 사람에 대해 정직의 태도로 대하라고 가르쳤다. 사랑하고 미워함과 취하고 버림을 지극히 공평하게 하는 것이 정직이다.

以德報怨은 원망스러운 사람에게 은혜의 덕으로 갚는다는 말이다. 주자는 이것이 老子(노자)의 방식이라고 했다. 何以報德은 만일 원망을 덕으로 갚는다면 덕은 무엇으로 갚느냐고 반문하는 말이다. 直은 至公無私(지공무사)를 말한다. 以德報德은 은혜를 끼친 사람에게는 반드시 은덕으로 갚아야 한다는 말이다.

조선후기의 成大中은 원수를 대하는 등급을 넷으로 나누었다. 우선 원수를 통쾌하게 갚는 사나운 자가 있다. 이 사람은 다시 보복을 받는다. 그 다음, 잔머리를 굴려 겉으로는 돕고 높이지만 속으로는 밀쳐 내고 깎아 내는 자가 있다. 이런 사람은 남을 해치고 화를 일으키려는 마음이 농익어 세상에 재난을 입힌다. 한편 至人(지인)은 아예 원수가 없거나 원수가 있어도 보복을 하늘에 맡긴다. 이 사람은 편안하다. 그런데 聖人은 정성과 공정성으로 원수를 대하여 지인보다 한 등급 높다.

條理(조리)와 道德이 지켜지는 일상세계에서는 원수를 무조건 은혜로 갚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옳으리라. 법질서는 은혜와 원수를 正道로 갚는 方便(방편)이어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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