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만남 vs 슬픈 인연…‘레이크하우스’와 ‘시월애’ 비교감상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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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을 사는 남자와 2006년을 사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감독의 ‘레이크 하우스’는 2000년 이현승 감독의 영화 ‘시월애’를 리메이크한 작품. 31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감성주의’를 표방한 원작과 달리 ‘할리우드’식 드라마로 리메이크됐다. 6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그리고 동양에서 서양으로 바뀐 장소만큼이나 두 영화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장면1… 전문직 VS 소시민

‘레이크 하우스’는 레지던트 과정을 끝낸 여의사 케이트(샌드라 불럭)가 고요한 호숫가 집을 떠나 시카고로 이사 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현관문 앞에 찍힌 강아지 발자국은 원래부터 있었다”고 적힌 케이트의 쪽지를 발견한 세입자인 건축가 알렉스(키아누 리브스)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 며칠 후 알렉스는 한 강아지가 페인트 발자국을 남긴 것을 발견한다. 이어 2006년의 케이트는 알렉스가 2004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흥미를 느끼며 편지로 교감을 나누게 된다.

‘시월애’와 가장 큰 차이점은 여 주인공의 직업이 바뀐 것. 만화영화 성우였던 은주와 달리 케이트는 능력 있고 현실적인 커리어 우먼으로 나온다. 직업의 차이는 주인공들의 의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현승 감독은 “‘시월애’의 남녀는 외롭고 만날 수 없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강조한 반면 ‘레이크 하우스’는 ‘나의 진정한 인연은 누구일까’를 걱정하는 다소 여유롭고 현실적인 전문직 종사자들의 모습을 그렸다”고 말했다.

#장면2… 해피무비 VS 새드무비

‘레이크 하우스’의 스토리라인은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과거 여자가 흘린 물건을 찾아주는 남자의 모습이나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은 남자의 행방을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깨닫는 장면, 심지어 사람처럼 자는 개까지 ‘시월애’의 잔재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결말은 확연히 다르다. 두 사람이 만나 키스로 마무리 짓는 ‘레이크 하우스’는 이른바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을 지향한 반면 ‘시월애’는 여전히 만날 수 없음을 강조해 ‘한(恨)’을 담았다는 것. 영화 속 이미지 역시 ‘시월애’가 어두움과 비극성 등 감성을 강조한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았다면 ‘레이크 하우스’는 스토리텔링에 충실했다.

#장면3… 밝은 호수 VS 어두운 갯벌

영화 속 남녀를 이어주는 매개물인 집은 전체 분위기의 맥락을 잇는다. 푸른 호수 위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레이크 하우스’의 집은 탁 트인 공간(Open area)을 나타낸다면 ‘시월애’의 집 ‘일 마레’는 검은 갯벌 위에 지어졌다. 집 역시 잘 보이지 않는 폐쇄적 공간(Closed area)으로 대표된다. 집 앞 우체통 역시 ‘레이크 하우스’는 밝은 흰색, ‘시월애’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빨간색으로 무거운 느낌이다.

이 감독은 “원작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레이크 하우스’에서 감독의 개성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개성파 감독이 무난한 할리우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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