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 중에서 단연 인기가 높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 대해 일부 언론이 ‘강효리’라는 별명을 선물했다. 판사 시절의 강 장관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강효리’라는 별명에 고개를 끄떡이는 대목이 있을 것이다. 젊은 강 판사의 얼굴은 이효리와 닮은 데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이효리는 한창 피어나는 꽃이고 40대 후반으로 들어선 강 장관의 얼굴에는 험한 세파에 부대낀 흔적이 생겼다. 강 장관은 판사를 그만두고 나서 개인적으로 재정난과 이혼 같은 힘든 시절을 겪었다. 더욱이 장관은 사람을 고단하게 만드는 자리다.
▷강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을 때만 해도 보수적인 검찰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사법고시 동기생이 부장검사인 40대 여성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으로 오는 것에 대해 검찰 간부들이 자존심 상한 눈치가 역력했다. 강 장관은 내부 반발을 이겨내고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언론에서 정치인 사진을 보면 이맛살을 찌푸리는 서민들도 강 장관 사진을 보면 웃음을 머금는다. 강 장관은 사진발이 잘 받는다. 도를 넘지 않는 파격, 당당한 발언 태도, 화사한 패션도 화제다. 딱딱한 관료와 튀는 성향의 운동가가 어정쩡하게 동거하는 노무현 내각의 이미지가 강 장관으로 인해 살아나는 대목이 있다. ‘강효리’ 효과다.
▷법무부 관계자가 ‘강효리’라는 별명에 가벼운 항의를 했다고 한다. 지엄한 법무부 장관을 20대 연예인에 비유한 언론보도에 떨떠름한 기분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화를 낼 일도 아니다. 이효리가 얼굴과 몸매만 갖고 뜨는 것은 아니다. 가창 실력이 받쳐 주지 않는 가수의 인기는 오래가기 어렵다. 장관도 종국적으로 업무 능력을 통해 평가받게 된다. 강 장관이 패착을 거듭해 인기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강효리’라는 별명을 이효리 쪽에서 기분 나빠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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