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강효리’

  • 입력 2003년 12월 1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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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의 인기가 ‘짱’이다. 요즘 서울 강남 성형외과에는 ‘효리처럼 만들어 달라’는 젊은 여성들의 주문이 넘쳐난다고 한다. ‘아내의 눈썹을 그려 주는 남편’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성형외과 원장 김현철씨는 이효리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갸름한 얼굴형, 동양적인 매력을 풍기는 눈, 섹시 포인트의 입술,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히프, 잘 뻗어 내린 허벅지와 종아리의 선이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효리의 이미지 슬라이드 쇼를 보고 나면 김 원장의 말이 별로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국무위원 중에서 단연 인기가 높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 대해 일부 언론이 ‘강효리’라는 별명을 선물했다. 판사 시절의 강 장관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강효리’라는 별명에 고개를 끄떡이는 대목이 있을 것이다. 젊은 강 판사의 얼굴은 이효리와 닮은 데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이효리는 한창 피어나는 꽃이고 40대 후반으로 들어선 강 장관의 얼굴에는 험한 세파에 부대낀 흔적이 생겼다. 강 장관은 판사를 그만두고 나서 개인적으로 재정난과 이혼 같은 힘든 시절을 겪었다. 더욱이 장관은 사람을 고단하게 만드는 자리다.

▷강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을 때만 해도 보수적인 검찰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사법고시 동기생이 부장검사인 40대 여성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으로 오는 것에 대해 검찰 간부들이 자존심 상한 눈치가 역력했다. 강 장관은 내부 반발을 이겨내고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언론에서 정치인 사진을 보면 이맛살을 찌푸리는 서민들도 강 장관 사진을 보면 웃음을 머금는다. 강 장관은 사진발이 잘 받는다. 도를 넘지 않는 파격, 당당한 발언 태도, 화사한 패션도 화제다. 딱딱한 관료와 튀는 성향의 운동가가 어정쩡하게 동거하는 노무현 내각의 이미지가 강 장관으로 인해 살아나는 대목이 있다. ‘강효리’ 효과다.

▷법무부 관계자가 ‘강효리’라는 별명에 가벼운 항의를 했다고 한다. 지엄한 법무부 장관을 20대 연예인에 비유한 언론보도에 떨떠름한 기분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화를 낼 일도 아니다. 이효리가 얼굴과 몸매만 갖고 뜨는 것은 아니다. 가창 실력이 받쳐 주지 않는 가수의 인기는 오래가기 어렵다. 장관도 종국적으로 업무 능력을 통해 평가받게 된다. 강 장관이 패착을 거듭해 인기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강효리’라는 별명을 이효리 쪽에서 기분 나빠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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