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몸냄새 심하면 달걀-생선 먹지말라

  • 입력 2003년 5월 25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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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취증의 주 근원지는 겨드랑이 등의 아포크린 땀샘. 한 여성이 겨드랑이에 탈취제를 바르고 있다.사진제공 니베아
액취증의 주 근원지는 겨드랑이 등의 아포크린 땀샘. 한 여성이 겨드랑이에 탈취제를 바르고 있다.사진제공 니베아

《무더운 날씨로 땀이 나면서 냄새 때문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본다면 사람에게서 나는 몸 냄새의 주 원인은 땀 그 자체가 아니다.

사람의 체취를 만드는 장소는 겨드랑이, 외음부, 귀 등에 주로 분포돼 있는 아포크린샘. 이곳에서 나오는 땀은 원래 대부분이 물이며 약간의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등으로 구성돼 냄새가 거의 없다. 그러나 박테리아가 땀 성분을 분해해 악취성 물질인 암모니아 등을 생기게 한다. 물론 이곳뿐만 아니라 머리피부, 성기, 항문 주변에 몰려있는 기타 분비선의 분비물이 불쾌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이런 냄새들 중에는 성적인 유혹을 나타내는 냄새가 있을까. 또 인종마다 냄새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

(도움말=대전선병원 피부과 구자경 과장, 아름나운나라 피부과 이상준 원장,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

#동양인은 ‘마늘’, 서양인은 ‘치즈’

흔히 듣는 말이다. 이는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다. 피부는 끊임없이 호흡을 통해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땀구멍을 통해 평소 먹는 음식물의 냄새가 날 수 있다. 특히 양파나 마늘, 비소 등의 성분은 피부 에크린샘을 통해 배출되므로 마늘을 주로 먹는 사람은 마늘 냄새를 풍기게 된다.

육류를 좋아하는 서양인의 경우에는 인체 대사 중 지방산이 모공을 통해 방출돼 치즈와 같은 냄새를 풍긴다.

의학자들은 체취를 심하게 일으키는 것은 휘발성이 있는 콜린(choline) 성분이많이 든 음식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콜린 성분이 다량 함유된 음식으로는 달걀, 생선, 간, 콩류 등이며 이들이 비릿한 냄새를 발산시킨다는 것. 따라서 체취가 고민인 사람들은 이런 음식의 섭취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또다른 의학자는 체취가 동양이나 서양의 독특한 음식들에 함유된 향이 몸에서 배어 나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남녀간에 냄새 차이가 있다

‘사내 냄새가 물씬 난다’ 든가 ‘여자 냄새가 은은하다’라는 말을 하기도, 듣기도 하지만 과연 체취에도 남녀 차이가 있는 것일까.

한 전문가는 아포크린 땀샘이 예전엔 성적인 것과 깊은 관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퇴화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아포크린 땀샘은 동물의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과 같은 존재라는 것. 페로몬은 번식기에 들어선 암컷이 수컷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멀리 있는 상대에게 보내는 것이다. 암컷 나방은 아주 소량인 1만분의 1g의 페로몬으로 10km나 떨어진 수컷을 유혹할 수 있다.

체취는 땀이 관여하기 때문에 남녀간에 차이가 있다면 남자가 흘리는 땀과 여자가 흘리는 땀도 달라야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되는 땀의 성분은 남자와 여자간에 차이가 없다.

결국 여성에게서 나오는 상쾌한 냄새는 화장품이나 향수 비누 삼푸 등 향을 함유한 것들을 오랫동안 사용한 결과 그 향기들이 몸에 자연스럽게 남게 돼 나오는 것. 그러나 여성은 생리시에 몸 냄새가 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여성 호르몬 클리닉 루안 브리젠딘 박사는 “여성의 경우 생리 2주 전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면서 땀구멍의 피지가 증가하고 또 코의 감각 수용체가 민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 여성은 평소보다 코를 찌르는 체취를 형성시키고 동시에 냄새를 훨씬 더 강하게 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나이가 들수록 피부 노화로 인해 땀의 배출이 원활하지 못해 몸에 냄새를 일으키는 각질이 쌓여 냄새를 풍길 수 있다. 그러나 특별히 노인에게서만 나는 냄새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액취증 환자 "청결이 최선"▼

날씨가 더워지면서 짧은 소매 입기를 피하는 사람이 있다. 액취증이 있는 이들이다. 액취증은 사람의 활동성뿐 아니라 자신감마저 빼앗는다.

역겨울 정도의 고약한 냄새의 근원지는 겨드랑이에 분포된 아포크린 땀샘. 사춘기를 지나면서 급격히 늘어나는 성호르몬 분비에 자극 받아 아포크린 땀샘은 활동을 시작하고 성장이 끝날 즈음에 이곳에서 분비물이 가장 많이 분비된다.

대인기피증을 유발할 정도로 심한 냄새가 난다면 18세 미만에도 시술을 받는 게 좋다. 그러나 성호르몬과 땀샘의 기능이 완벽해진 성년기에 수술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통적인 방법은 외과적 수술을 이용하는 것. 이는 겨드랑이의 주름을 따라 피부를 5∼10cm 잘라 들어낸 뒤 냄새를 유발시키는 아포크린 땀샘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제거하고 다시 꿰매는 것이다. 이 경우 피부에 흉터가 생길 수 있지만 재발률은 10% 이하로 낮다.

액취증이 심하지 않으면 피부에 거의 손상을 주지 않고 피부 밑 부위 땀샘이나 지방부위를 녹이는 ‘초음파 지방흡입’이나 태우는 ‘고바야시 절연침’을 사용한다. 또 ‘제모 레이저’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재발률이 10∼20% 정도로 외과적 수술보다는 높은 편.

귀에서 축축하게 젖을 정도의 물귀지가 나올 정도로 액취증이 심한 환자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흡입시술을 한 뒤 ‘롤라클램프’라는 기구를 이용, 지방 흡입 후에 남아있는 깨알 같은 아포크린샘을 수박을 긁어내듯이 하는 시술을받기도 한다.

집에서는 액취증을 억제하는 약용비누나 향료 등 방취제를 사용하거나 샤워를 자주해 몸을 청결하게 해줘야 한다. 땀이 많이 나면 냄새가 심하기 때문에 땀이 나지 않게 하는 발한 억제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되기도 한다.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고 겨드랑이에 파우더를 뿌려준다. 털이 많을 때에는 제모를 하거나 면도를 한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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