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숙자 전통음식연구소장 '규합총서' 현대식으로 펴내

  • 입력 2003년 3월 12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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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불려 곱게 간 뒤 물에 섞어 체에 밭쳐 내린다. 마치 잣죽을 쑤듯 죽을 쑤다가 반쯤 익으면 우유를 넣고 마저 익힌다.’

선조들이 우유를 재료로 죽을 쑤어 먹었다는 이야기는 생소하다. 그러나 조선 순조 9년(1809년)에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우유를 넣은 ‘타락죽’ 만드는 법이 나온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尹淑子·55·전 배화여대 전통조리학과 교수·사진) 소장이 규합총서를 현대 요리책처럼 새로 꾸며 펴냈다(질시루). 규합총서는 요리뿐만 아니라 바느질, 육아 등 ‘안주인’이 알아야 할 살림의 지혜를 모은 책으로 이번에 요리 부분만 발췌한 것.

“규합총서에 나온 요리들을 재현하는 데만 2년이 걸렸습니다. 옛 할머니들의 조리법에 따라 그대로 만든 요리를 사진 찍고 조리법을 현대어로 고쳐 책으로 펴낸 것이지요.”

이 책에는 죽 떡 반찬 술 등 모두 138가지 음식 만드는 법이 나온다. 증편 약밥 변씨만두 등 요즘도 친근한 음식부터 석탄병(감 대추 밤 등으로 만든 떡), 어육김치(조기 민어 대구 등을 재료로 한 물김치) 등 다소 생소한 전통음식까지 등장한다. 쌀 1컵, 생우유 4컵 하는 식으로 재료에 현대적인 계량 단위를 사용한 것이 특징.

“규합총서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숨쉬는 책입니다. ‘용인 오이지’라는 오이 물김치를 예로 들어볼까요. 요즘은 소금물만 끓여 붓는데 규합총서에는 묽은 쌀뜨물을 함께 넣으라고 나와있어요. 그대로 만들어보니 오이가 훨씬 아삭아삭하고 맛이 좋더군요.”

윤 소장은 “대학에서 강의할 때 ‘규합총서’를 10년간 가르친 적이 있는데 그때의 경험으로 책을 내게 됐다”며 “젊은 세대가 우리 전통음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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