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나미브 사막 딱정벌레 "비안와도 물걱정 없어요"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57분


사막의 딱정벌레는 아침 안개를 재료로 생수를 만들어 마신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앤드류 파커 교수(동물학과)는 남아프리카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가 아침 안개에서 물을 만들어 생존한다고 과학잡지 ‘네이처’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 딱정벌레가 사는 나미브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덥고 일년 내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곳이다. 유일한 물인 아침 안개도 이곳에서는 한 달에 몇 번 생겼다가 바람과 같은 속도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땅에 이슬로도 잘 맺히지 않는다.

딱정벌레가 이런 안개에서 물을 만드는 비법은 등에 나 있는 수많은 돌기와 도랑이다. 이 곤충의 등에는 지름 0.5㎜의 돌기가 약 1㎜ 간격으로 촘촘히 돋아나 있다. 이 돌기의 끝은 물을 매우 좋아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반면 돌기의 나머지 부분과 등은 물을 매우 싫어한다. 왁스와 비슷한 물질이 칠해져 있기 때문이다.

딱정벌레는 안개가 끼면 안개를 향해 몸을 구부린다. 안개 속에 있는 수증기는 물을 좋아하는 돌기 끝에 달라붙고 물방울은 점점 커진다. 커진 물방울은 등으로 떨어지고 방수처리된 도랑을 따라 딱정벌레의 입안으로 들어간다. 왁스 덕분에 물이 다른 곳으로 스며들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물이 없는 사막에서 다른 동물이 갈증에 시달릴 때 딱정벌레는 마음껏 생수를 만들어 마시고 있다.

파커 교수는 “딱정벌레의 물 제조 시스템을 모방하면 효율적인 습기 제거장치나 증류 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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