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한규섭]트위터의 사례로 본 ‘가짜 뉴스’ 해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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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국내 도입 초기 진보가 여론 주도
도입 3년 지나자 진보 독점이 사라져
유튜브는 현재 보수 논객이 주로 활동, 갈수록 보수 독점 사라질 것으로 보여
‘가짜 뉴스’에 대한 걱정이 있지만 현실성 떨어지는 규제는 의미 없어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근 ‘가짜 뉴스’ 규제 논란이 불거졌다. 가짜 뉴스 관련 논란은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불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근 유튜브에서 보수 논객들의 점유율이 높은 상황에서 잇따른 ‘막말’ 논란이 발단이 된 측면이 크다.

결국 이 논란에 대한 답은 표현의 자유 훼손과 가짜 뉴스 유통 가능성이라는 두 위험 요소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는 시민의 판단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의 다른 모든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판단에는 진영논리가 강하게 작동한다.

가짜 뉴스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유튜브에서 보수 논객들의 활동이 더 두드러지다 보니 보수는 규제 논의 자체에 민감하다. 반면 오히려 민주화 세력인 진보는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위험보다 소셜미디어의 패악을 강조한다.

이제는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쇠퇴한 또 다른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의 ‘일생’에서 이런 규제 논란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트위터는 국내 도입 초창기 정치적 활용도가 매우 높았다. 반면 최근에는 휴면 계정이 늘면서 사회적 주목도가 떨어졌다. 트위터의 궤적을 일종의 현장실험으로 볼 만하다.

필자는 트위터의 국내 도입 초기인 2010년 9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회의원 팔로어 네트워크를 분석하여 변화의 추이를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유사한 팔로어들을 공유하는 정도에 따라 각 의원의 상대적 위치를 추정하는 방식을 적용했을 때 초기에는 진보와 보수 정당 소속 의원들을 팔로잉하는 유권자들이 확연히 달랐다.

이 시기 트위터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진보 사용자들이 보수 사용자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이다. 가령 2010년 데이터 수집 당시 대표적 보수 신문인 A와 B의 팔로어 수가 약 2만3000명과 1만9000명 정도였던 데 반해 대표적 진보신문 C와 D의 팔로어 수는 약 10만4000명과 10만6000명 수준이었다. 즉, 국내 도입 초창기 트위터에서는 진보의 지배력이 압도적이었다.

반면 2012년 데이터 분석 결과는 상당히 달랐다. 점점 진보의 트위터 독점 현상이 줄어들어 2012년에는 진보 정당 소속 의원들과 보수 정당 소속 의원들의 팔로어가 상당히 겹쳤다. 즉, 트위터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3년 만에 진보의 독점적 지배력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기간 동안 휴면 계정이 늘면서 실질적 트위터 사용자 수도 함께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즉, ‘끼리끼리’ 소통이 줄어들어 대안 미디어적 성격이 사라짐에 따라 트위터의 정치적 효용가치도 떨어진 것이다. 끼리끼리 소통이 주를 이루는 소셜미디어의 숙명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현재의 유튜브는 2010년 트위터의 데자뷔다. 당시에도 트위터를 통해 유통되는 극단적 시각이나 막말이 심심찮게 사회적 논란이 됐다. 팟캐스트 등 다른 소셜미디어도 자주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반면 당시 진보는 트위터의 이런 문제를 거의 지적하지 않았고 이는 현재의 보수가 유튜브를 대하는 시각과 닮았다. 또 최근 진보가 가짜 뉴스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당시 보수와 닮은꼴이다. 즉, 진보와 보수의 입장과 역할만 뒤바뀐 것이다.

이런 ‘평행이론’이 적용된다면 유튜브에서 보수 논객들의 지배력이 점점 낮아질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유시민 작가 등 진보 논객들의 유튜브 활동도 늘어가는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유튜브도 ‘정치적 생(生)’을 마감하고 또 다른 대안적 매체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정권을 잡은 쪽이 방송 등 기성매체를 거의 완벽하게 독점하는 우리 언론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평행이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큰 흐름 앞에서 현실성마저 떨어지는 규제나 심의 논의는 자율이건 타율이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가짜 뉴스#트위터#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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