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균 나이 9세, 늙어가는 벤처기업… 혁신정책을 혁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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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새로운 법인 창업이 10만 개를 넘어서고 벤처기업 수는 3만6400여 개로 늘어났지만 질적인 성과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창업학회 발표문에 따르면 신설 법인 수는 2012년 7만4000여 개에서 지난해 10만여 개로 늘어났다. 벤처기업 수도 같은 기간 2만8000여 개에서 3만6400여 개로 늘었다. 그러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5.8%에서 7.9%로 떨어졌고 수출 기업은 4분의 1에 그쳤다.

벤처기업은 말 그대로 모험 정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을 사업화하는 중소기업이다. 벤처기업법에 따라 정부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한번 인정을 받으면 졸업을 잘 하지 않아 평균 업력이 9년이고 20년 이상 된 벤처기업도 2400여 개나 된다. 벤처기업들 가운데 혁신성이나 성장 잠재력에서 사실상 벤처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상당수 된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벤처가 주도하는 창업과 혁신성장’을 주요 국정 전략의 하나로 삼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제 대전에서 과학기술 기반 혁신을 당부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추격형에서 선도형 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세계의 산업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시점에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도약했듯이, 4차 산업혁명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다만 혁신성장을 제대로 할 때 그렇다.

나라 경제도 사람의 몸처럼 늙은 세포는 죽고 새로운 세포가 끊임없이 만들어져야 유지된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30대 기업의 70%가 새로운 기업으로 바뀌었다. 1998년 창업한 구글과 1994년 창업한 아마존은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도 알리바바 텐센트 등 혁신을 앞세운 기업들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년간 벤처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드물다.

김대중 정부 이후 모든 정권이 벤처기업 정책을 펴왔지만 이제는 혁신 정책을 혁신해야 할 때다. 중소기업의 보호와 유지에만 치우친 정책으로는 좀비기업만 양산해 오히려 열심히 기술 개발하는 기업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 시장을 통한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창업가는 대부분 한두 번 창업에 실패한 사람이다. 실패한 사람도 두 번 세 번 재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벤처 생태계가 살아난다.
#벤처기업#중소벤처#4차 산업혁명#규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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