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요스바니와 파다르, 그들의 얽힌 운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25일 13시 43분


코멘트
OK저축은행 요스바니. 사진제공|KOVO
OK저축은행 요스바니. 사진제공|KOVO
요즘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는 OK저축은행 요스바니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외국인선수의 활약 덕분에 팀은 모처럼 3연승이다. V리그 첫 시즌인 WS(윙스파이커) 요스바니는 3경기에서 딱 100득점하며 이 부분 1위로 올라섰다. 많은 득점도 놀랍지만 공격성공률이 무려 68%다. 남자선수 에이스의 공격성공률이 53~55%를 찍으면 만족하는 가운데 믿기 힘든 수치다. 4시즌 전까지 삼성화재에 많은 영광을 안겼던 역대최고의 외국인선수 WS 레오도 꿈꾸지 못했던 수치다.

● 요스바니가 현대캐피탈이 아닌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은 사연

요스바니는 5월 이탈리아 몬자에서 벌어졌던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유니폼을 바꿔 입을 수도 있었다. 1년 전 트라이아웃 서류심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했던 그는 모든 구단의 사전조사에서 하위권에 들어 트라이아웃에 나오지도 못할 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대캐피탈이 몰래 점찍어뒀다. 최태웅 감독은 팀의 전력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리시브를 해줄 외국인선수가 필요했다. 그래서 수많은 영상을 보며 찾아낸 선수였다.

하지만 시몬 이후 2시즌동안 외국인선수 잔혹사를 썼던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 요스바니를 낚아채 가버렸다. 당시 4번째 지명구슬을 잡은 김세진 감독은 “송희채의 공백을 매우기 위해 리시브가 되는 선수를 찾고 있었다. 타이스를 먼저 생각했고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에게도 알려줬지만 순번이 뒤로 밀려나는 바람에 타이스를 뽑지 못했다”고 했다.

1~2~3번 순위에서 아가메즈(우리카드)~타이스(삼성화재)~가스파리니(대한항공)가 지명을 받은 가운데 김세진 감독에게 선택의 차례가 왔다. 모두들 지난 2시즌동안 1931득점을 기록하는 등 기량이 검증된 파다르를 선택할 것이라고 봤지만 김세진 감독은 아니었다. 요스바니가 현대캐피탈에 가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감독은 주위를 설득해가며 요스바니를 찍었다. 훈련 때 보여준 성실함이나 인성도 좋았던 차에 시몬의 평가도 선택에 한 몫을 했다. 기술보다 인간성, 친화력을 먼저 생각하는 감독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시몬은 “팀에 꼭 맞는 선수”라며 추천했다. 시몬은 요즘도 이틀에 한 번 꼴로 요스바니에 전화를 하고 김세진 감독과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

현대캐피탈 파다르. 사진제공|KOVO
현대캐피탈 파다르. 사진제공|KOVO

● 얽힌 운명의 파다르와 요스바니, 26일 안산에서 첫 맞대결

3연승으로 얼굴이 펴진 김세진 감독은 “대진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민규가 독하게 마음먹고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고 있다. 요스바니의 지금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면 내가 나쁜 놈이다”며 “기대했던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 다만 토종 선수들이 더 해줘야하는데 그것이 아쉽다”고 했다.

OK저축은행은 26일 안산에서 현대캐피탈과 시즌 첫 경기를 한다. OK저축은행의 3연승에는 감독이 말했던 대진운 덕도 있다. 외국인선수가 없던 한국전력, KB손해보험을 상대로 이겼다. 당시 두 팀은 해결사가 없는 팀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엄청나게 공격적인 서브를 구사했다. 그래서 OK저축은행의 리시브가 흔들렸고 어쩔 수 없이 2단공격에서 요스바니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그 바람에 더욱 능력은 빛날 수 있었지만 7개 구단 가운데 가장 탄탄한 블로킹의 현대캐피탈을 상대로는 모른다. 요스바니가 최강의 방패를 상대로 어떤 능력을 보여주는지를 보면 이번 시즌 성패를 짐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요스바니와 맞서는 현대캐피탈 파다르의 활약도 뒤지지 않는다. 2경기에서 52득점을 했다. 세트당 1.57개의 서브성공률은 압도적이다. 이 부문 4위 요스바니는 세트당 0.58개의 서브를 잡아낸다. 이승원, 이원중 등 2명의 세터들과 아직 호흡이 맞지 않은 가운데 기록한 숫자여서 발전가능성은 있다.

전광인 문성민이라는 좋은 파트너가 있고 신영석 등 미들블로커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대한항공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파다르가 엄청난 활약을 하자 많은 사람들은 “왜 대한항공이 파다르를 뽑을 수 있었는데 가스파리니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탄탄한 리시브 라인에 파다르가 가세하면 진짜 ‘어벤저스’ 팀이 될텐데~”라고 소곤거렸다. 그렇지만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가스파리니를 선택했고 그 판단의 결과는 시즌 뒤에 나온다. 외국인선수의 성공여부는 한 두 경기의 성적이 아니라 길게 봐야 한다. 요스바니와 파다르도 마찬가지다. 과연 이들의 첫 맞대결 결과는 어떨까.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