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향숙]21세기 경제, 수학이 지배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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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대한수학회장·이화여대 교수
이향숙 대한수학회장·이화여대 교수
가상통화와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뜨거운 관심은 미국 서부 개척을 급속도로 진전시킨 골드러시의 역사를 연상케 한다. 금맥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서부로 마차를 몰고 달려갔던 그 시대는 희망과 꿈을 가진 자들이 아름다운 무지개만 볼 수 있었던 곳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골드러시는 19세기 중엽 미국의 국토를 확장하고 새로운 도시를 형성했으며, 금이 핵심이 되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게 하는 등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배경이 이때 갖춰졌다.

현재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둘러싼 사회 현상은 일종의 디지털 골드러시로 해석된다. 그런데 디지털 골드러시 중심에는 수학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판 금맥 찾기에서 요구되는 노동은 일명 채굴이라고 불린다. 채굴은 해시함수 같은 수학적 문제를 푸는 것으로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참여한 사람에게 보상을 준다. 노동의 조건이 수학적 문제 해결 및 컴퓨팅(계산) 기술인 것이다. 수학 기반 기술로 사회적 공익에 기여하고, 기존 산업을 혁신하며, 새로운 기업을 창출함으로써 세계 경제를 선도한 사례는 많다. 교통 문제, 금융상품, 애니메이션, 기후·기상, 질병 진단, 석유매장지 탐사 등 그 사례를 열거하는 것은 이제 필자에게는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수학 기반 기술로 성공한 사례들이 대부분 외국의 것이라는 점이다.

입시의 도구로만 그 중요성을 인지했던 우리 사회도 최근 수학의 가치와 영향력을 확실히 절감해 산업수학 활성화라는 정책을 통해 지원을 시작하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책의 지속성을 통해 우리도 세계를 놀라게 할 훌륭한 수학 기반 기술의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 또 이러한 성과의 기대와 함께 수학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선행돼야 한다.

이향숙 대한수학회장·이화여대 교수
#가상통화#블록체인#비트코인#디지털 골드러시#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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