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NS 루머에 기업들 피멍 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소주 ‘처음처럼’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처음처럼’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한 케이블 TV방송이 “‘처음처럼’에 사용하는 알칼리 환원수는 많이 마시면 인체에 치명적”이라고 보도한 내용이 SNS를 타고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악성 루머로 경쟁업체 주가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롯데주류는 신문 광고와 보도자료를 통해 루머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법적으로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칼리 환원수 논란은 2006년 ‘처음처럼’ 출시 당시부터 소비자 김모 씨가 제기해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국세청 등 관련 당국으로부터 안전성과 적법성을 검증받은 사안이다. 김 씨는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받았고, 현재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롯데주류는 “강원도에서 채취한 원수를 여과한 후 고비용을 들여 알칼리 환원수를 생산한다. 대표적인 기능수로 식품 선진국에서 생수 음료 주류 등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방송이 이런 주장만 듣고 철저한 확인도 없이 프로그램을 내보낸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SNS 루머로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은 ‘처음처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샤부샤부 프랜차이즈 채선당이 과장된 것으로 판명 난 ‘종업원의 임신부 폭행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올 초에는 떡볶이 프랜차이즈인 죠스푸드가 ‘CJ그룹 소속 계열사’라는 뜬소문이 나돌면서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 사례”로 억울하게 비난받았다. SPC그룹은 계열 제빵업체 파리바게뜨가 모 종교단체 소유라는 소문이 돌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진로가 하이트에 인수된 이후 ‘인수합병 과정에 일본 자본이 연루됐다’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연예인에 대한 악플이나 정치색 짙은 이슈에서 주로 발견되던 SNS 오남용 사례가 기업 활동에까지 밀어닥친 것이다.

기업은 우리가 먹고사는 터전이다. 멀쩡한 기업을 해코지하는 것은 동네사람들이 함께 마시는 우물을 오염시키는 자해 행위와 다를 바 없다. SNS는 잘 활용할 경우 여러 사람이 가진 정보와 지혜를 나누는 집단지성의 장(場)이 된다. 그러나 근거 없는 루머나 악플에 악용되면 사회적 흉기로 전락한다. 정확한 확인 없이 사실과 다른 소문을 퍼뜨리는 기업 죽이기는 우리가 먹고사는 터전을 지키는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소주 처음처럼 악성루머’ 관련 반론보도

본보는 3월 21, 22일 양일간 ‘먹거리 괴담 블랙컨슈머 횡포 뿌리 뽑아야’ 및 ‘SNS 루머에 기업들 피멍 든다’ 제목 기사에서 알칼리 환원수로 제조한 소주 ‘처음처럼’과 관련한 논란을 보도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세청이 안전성과 적법성에 대해 검증을 마쳤는데도 김모 씨가 악성 루머를 퍼뜨려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처음처럼’의 제조인허가 과정의 부적법성을 주장하고 있는 김 씨는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루머와 관련된 명예훼손 소송은 기각되었으며 먹는물관리법상 ‘먹는물’에 해당하지 않는 전기분해한 알칼리 환원수를 원수로 주류제조 허가를 받은 것은 위법성이 있으며 송파경찰서에 관련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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