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경희]총리에 혼쭐난 교과부의 학교폭력 근절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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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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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교육복지부 기자
이경희 교육복지부 기자
“학교폭력, 왕따 문제의 본질적인 대책이 없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보고한 ‘학교폭력, 따돌림 근절 대책’에 쓴소리를 했다. 김 총리는 “왕따,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육 정책과 연계하면서도 사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교과부가 제시한 대책은 △학교별 경비인력 확대 △청원경찰 시범학교 운영 △전국 경찰서에 ‘학교폭력전담 경찰관’ 배치 △초등학교 방문 외부인에게 방문증 발급 △모든 초등학교에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이다. 모두 학교 안의 폭력을 감시하기 위한 대책이다. 2008년 대구 초등학교 집단 성폭행 사건, 2010년 ‘김수철 사건’ 직후에 내놓은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교과부의 대책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으니 학교 폭력이 좀체 줄지 않았어도 이상할 게 없다. 지난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전국 초중고교생 35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2.7%가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제도를 부분적으로 고치고 감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교과부는 새로울 게 없는 정책을 또다시 내놓은 셈이다.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은 감시가 소홀해서 발생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감시를 강화해도 학교 밖의 폭력, 온라인 폭력까지 제어할 수는 없다. 결국 범사회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 폭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민간단체, 종교계와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김 총리의 지적은 틀리지 않다.

피해와 가해 학생 모두의 정서를 어루만질 수 있는 상담과 멘토링 기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직원들이 줄줄이 해고되고 있는 위(Wee)센터부터 되살려야 한다. 위센터는 교과부가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 교육을 실시하고 피해 학생에 대한 상담과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그러나 상당수 센터가 예산 부족으로 상담사를 해고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 발생한 노르웨이 테러 용의자는 10대 때 따돌림을 경험했다. 청소년기 폭력의 경험은 향후 치명적인 반사회 범죄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교과부의 ‘뻔한’ 재탕 정책 발표에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안일함이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경희 교육복지부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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