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언어, 여고생-20대女가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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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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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꿀꿀하다-남친-당근… 어느덧 세대 넘는 일상언어로

■ 강희숙 조선대교수 연구

‘대박’ ‘빡세게’ ‘뻘쭘하다’ ‘쏘다’…. 인터넷,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통신언어를 도입하고 퍼뜨리는 주요 계층은 여고생과 2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강희숙 조선대 국문과 교수는 한글날(9일)을 앞두고 최근 발표한 ‘통신언어의 수용과 확산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연구’란 논문에서 이들 세대를 통신언어의 ‘얼리 어답터(early adapter·앞장서 사용하는 사람)’라고 규정했다. 강 교수는 8월 한 달간 광주의 10∼50대 359명을 설문조사했다.

국어체계 바꿀 정도로 쓰여“시대 문화코드로 이해해야”

그는 논문에서 30∼50대 연령층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통신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반면 여고생과 20대 여성은 최신 유행 통신언어인 ‘지르다’(돈을 쓰다) ‘쩐다’(대단하다) ‘짐승돌’(야성적인 젊은 남자) ‘품절남’(유부남) 등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 ‘얼리 어답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현재 통신언어는 국어 체계를 변화시킬 정도로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친’(남자친구) ‘대박’(큰 성공) ‘빡세게’(열심히) ‘쏘다’(한 턱 내다) ‘열공’(열심히 공부) ‘짱이다’(최고다)는 전 연령층이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통신언어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이 어휘들은 생활언어의 일부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대까지는 통신언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빈도가 높지만 40대 이후에는 이런 경향이 줄었다.

‘꾸벅’(인사) ‘꿀꿀하다’(우울하다) ‘남친’ ‘넘’(너무) ‘당근’(당연) ‘대박’ 등은 전 세대와 성별에 걸쳐 80% 이상이 들어 본 ‘누구나 다 아는’ 통신언어였다. 세대별로는 10, 20대에서는 ‘간지나다’(멋있다) ‘강추’(강력 추천) ‘강퇴’(강제 퇴출) ‘구라쟁이’(거짓말쟁이) 등의 인지도가 높았다. 30, 40대는 ‘열공’ ‘당근’ ‘쏘다’ ‘얼짱’(얼굴이 잘 생긴 사람) 등을 대부분 알고 있었으며, 50대도 ‘넘’(너무), ‘잼있다’(재미있다) ‘훨’(훨씬) 등의 어휘에 익숙했다.

강 교수는 통신언어의 유형과 특징도 분석했다. 통신언어는 기존의 언어를 축약하거나 두 음절어 형성, 혼성, 절단 등의 방법을 통해 준말로 만든 것이 일반적이다. 유형별로 △축약에 해당하는 어휘는 ‘갈’(가을) ‘갠’(개인) ‘냉무’(내용무) △두 음절어는 ‘강추’ ‘강퇴’ ‘국대’(국가대표) △혼성어는 ‘악플’(악·惡+리플라이) ‘무플’(무·無+리플라이) △절단은 ‘알바’(아르바이트) ‘부끄’(부끄러워) ‘쑥쓰’(쑥스러워) 등이다.

강 교수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통신언어를 무조건 배척하고 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며 “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통신언어가 전 세대에 걸쳐 우리 언어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의 문화코드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오덕후’(은둔형 집착자를 뜻하는 일본말 ‘오타쿠’의 변형) ‘흠좀무’(흠, 그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처럼 외래어에서 온 말이나 지나치게 줄여 세대간의 소통을 단절하는 어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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