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 철학 입문서’ 20선]<16>인간 본성에 관한 철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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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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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간이 뭘까’ 고민한다
◇인간 본성에 관한 철학 이야기/이현복 외 지음·아카넷

《“자기 외부로 향해 있던 인식의 시선을 자기 내부로 돌리는 작업이 어찌 보면 쉬운 일이기도 하지만, 또 그렇다고 그리 간단하게 되는 것도 아니지 싶다. 내가 나 자신을 반성적으로 고찰하는 일이 오직 내 손 안에 있다는 점에서는 손쉽지만, 그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이 습관적인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왠지 쑥스럽기조차 하기 때문이다.…그런데 ‘모든 진리는 네 자신 속에 있다’고, 그래서 ‘너 자신을 알라’는 명제 속에 모든 진리가 담겨 있다고 사람들이 주장한다면, 자신을 안다는 일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님을 짐작게 된다.”》

인간의 자기 이해는 동서고금에서 다양하게 제시됐다. 그 다양한 인간의 자기 이해 방식은 사회적, 역사적 조건에 따라, 시공간적 조건에 따라 전개되었다. 이성적, 욕망적, 본능적, 정치사회적, 미학적 인간관이 시대와 개인의 ‘기질적 관점’에 따라 등장했다. 저자들은 그것들 가운데 몇 가지 입장을 이 책에 담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 영혼의 본성을 에로스로 규정했다. 에로스는 항상 누구, 무엇에 대한 사랑이다. 에로스가 본성인 인간 영혼은 항상 다른 것과 관계하게 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새롭고 미지의 것을 지향한다. 누구를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그것을 소유하려고 한다. 그래서 소유 욕망으로서의 에로스는 결여된 존재, 불완전한 존재이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세계를 지배하는 보편법칙이나 이데아 같은 형이상학적 존재를 부정했다. 그가 보기에 인간의 본성이며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힘에의 의지’였다. 이것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내적 역동성, 즉 ‘주인이 되고자 하며 더 크고 강력하고자 함’이다. 니체에 따르면 여기서 힘은 하나가 아닌 다수이다. 힘에의 의지는 신이나 초월적 정신의 원리가 아니라 존재자들의 내재적 본성이고, 생존을 넘어선 어떤 통일된 목적이나 목표를 지향하지 않는다. 그는 기독교적 도덕이나 근대 과학도 힘에의 의지의 산물로 봤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카뮈는 부조리한 삶의 극단에서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상정했다. 그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실존에 눈뜨게 됐다. 그는 실존을 산다는 것이며 생각하고 느끼는 지성과 감성의 종합이라고 봤다. 그는 종래에 가서 지성을 포기하는 순간에 진정한 실존을 경험한다고 봤다. 이는 지성적 사고가 삶을 가리키고 삶에 봉사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었다.

유가(儒家)를 대표하는 공자는 인간을 욕망에 얽매여 사는 소인과 이성적 판단이 가능한 군자로 나누고, 인간에게는 두 가지 모습이 모두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관계에 부합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원칙은 종종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충돌하는데, 공자는 이때 자기 자신을 극복하여 예를 회복하는 것을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자는 사회적 형벌이 아닌 도덕적 규범을 통해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비해 도가(道家)에서는 “인간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자연은 자연현상이나 자연계의 사물이 아닌 도(道)와 인간을 포함한 천지만물의 스스로 그러한 본질적 성향을 의미한다. 도가는 법으로 대표되는 국가제도와 예로 대변되는 사회규범을 부정하고 자연의 본질적 성향에 따라 삶을 속박하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라고 가르친다.

저자들은 이 밖에 프로이트는 성적 충동, 마르크스는 소외 극복을 통해 해방을 실현하는 의지,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를 통해 자신의 삶의 양식을 구현하려는 노력을 인간의 본성으로 봤다고 말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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