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아이폰 신화’ 공신… 앱스토어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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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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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 작년 수익 2000억원, 운영비용에도 못미치는 수준”“아이폰 위한 촉매제일 뿐 수익창출 위한 수단 아니다”

애플의 아이폰 열풍이 거세다. 아이폰 인기의 비결은 앱스토어(App Store)에 숨어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앱스토어에서 신기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무료 혹은 유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게임은 물론이고, 실시간으로 시내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서비스나 영화 예고편, 일간지 헤드라인을 볼 수 있다.

○ 앱스토어는 새로운 금맥일까

전 세계 언론이 애플의 혁신적인 발상과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며 앱스토어의 성과를 찬양하고 있다. 그러자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기업이 앱스토어라는 사업 영역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이동통신사들은 이미 앱스토어와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휴대전화기 제조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마치 금맥을 찾아 몰려드는 미국의 ‘골드러시’처럼 앱스토어 열풍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런데 정말 앱스토어는 새로운 금맥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애플이 앱스토어로 벌어들인 수익이 얼마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애플은 앱스토어와 관련한 수익을 정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앱스토어에서 팔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평균 가격이 약 1.99달러라는 점(무료의 비중은 25%)과 그동안 20억 건의 다운로드가 이루어졌다는 점, 애플이 3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략 수익을 짐작해볼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애플이 앱스토어로 벌어들인 수익은 2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금액이 적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애플이 아이폰 출시 이후 약 3500만 대를 팔며 거둬들인 수익이 2008년에만 약 20조 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숫자라고 보기 어렵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 역시 앱스토어의 수익만으로는 운영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앱스토어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점도 감춰진 사실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조사 업체인 앱스파이어에 따르면 앱스토어에 등록된 10만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중 실제 사용자들이 내려받은 것은 2만여 개에 그쳤다. 앱스토어의 상위 5위에 등록되면 사용자의 51.5%가 이용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지만 나머지는 고작 2% 미만의 사용자들만 이용한다. 장르 편중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애플은 앱스토어로 의미 있는 수익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판매자들 간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있다.

○ 앱스토어는 아이폰을 위한 후광

그런데 왜 애플의 앱스토어는 성공 사례로 일컬어질까. 앱스토어는 그 자체 실적으로만 보면 성공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독자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 보지 않고 자사의 아이폰 및 아이팟 터치와 같은 모바일 장치 판매를 위한 촉매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앱스토어는 아이폰을 위한 후광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후광 효과 전략이란 구매자들이 어떤 제품을 평가하는 단계에서 하나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해 특정 제품의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전혀 다른 두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이들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획기적 비즈니스 모델을 아이팟, 아이폰과 연계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참여를 유도했다. 그리고 이를 자연스럽게 아이폰 판매로 연결하는 후광 효과 전략을 극대화했다.

앱스토어를 향해 돌진하는 다양한 기업들은 애플이 앱스토어를 수익 창출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 애플에는 후광 효과를 볼 수 있는 아이폰이라는 획기적 제품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금 앱스토어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 기업들은 애플 앱스토어의 환상을 보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낼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앱스토어로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큰 기대를 걸 필요는 없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철저하게 수익 보조 수단으로 여겼지, 이를 절대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다. 만약 앱스토어를 수익 창출 수단으로 보면 사업자들은 단기 목표 달성에만 급급해진다. 앱스토어는 수많은 사람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시장이며 이른 시간 안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기존 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서비스나 제품이 새로 시작한 앱스토어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앱스토어가 다른 서비스나 제품과 연계되지 않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는 애플의 그것만 못하고 고객들의 참여도 저조해진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앱스토어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앱스토어가 자사 제품 및 서비스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이동우 비즈트렌드연구회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0호(2010년 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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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안 성공 노하우/제안서 핵심은 신뢰…약점도 서술하라
각종 사업 제안과 입찰에서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첫 단추는 제안서다. 제안서를 작성할 때는 결론 부분을 먼저 배치해 의사결정권자가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피라미드식 논리구조를 활용하는 게 좋다. 초안부터 완벽하게 작성하려는 욕심이 제안서 작성을 두려운 일로 만든다. 어깨에 힘 빼고 가장 쉬운 부분부터 작성하다 보면 글쓰기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다.

▼ 위기관리 트레이닝/거짓말은 스캔들에 불을 붙인다
유명인의 스캔들은 웬만한 기업의 위기와 견줄 만하다. 스캔들을 해명하면서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탓하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것이나 다름없다. 침묵 또한 능사가 아니다. 대응의 타이밍을 놓치고 비난을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쏙 빠지고 소속 조직이 전면에 나서는 대응법도 적절하지 않다. 전문가와 상의하고 스스로 나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바람직할 때가 많다.

▼ 전쟁과 경영/쓰시마 정벌: 때론 전투 없는 전쟁도 있다
1419년 왜구가 중국 요동 침공을 위한 대규모 원정에 나서자 태종은 왜구의 근거지인 쓰시마정벌을 강행했다. 지역주민이 대부분 산으로 피신해 조선군은 제대로 된 전투 없이 주요 지역을 장악했지만 군 내부에서 ‘전투 회피’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조선군은 제대로 지형지물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작전을 벌이다 큰 피해를 봤다. 원칙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자기방어에만 관심을 갖는 조직에서 이런 비극이 벌어질 수 있다.

▼ 사기의 리더십/진시황의 리더십 집중해부
열세 살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진시황은 어떻게 천하를 통일했을까. 진시황은 성년이 될수록 권력에 대한 야심을 키워갔다. 반란을 신속하고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전국시대 최강국의 지도자로서 권력을 키워갔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의 성장 스토리를 전한다.

▼ Harvard Business Review/변화를 방해하는 6가지 브레이크
한 글로벌 유통회사에 부임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의 첫 지시 사항은 1000개 팀을 해체하고 이들의 업무를 인수인계를 받은 리더십팀과 함께 3개의 가장 중요한 추진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었다. 전임 CEO가 너무 많은 팀을 관리하며 경영하다 보니 회사 전체를 교착상태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리더가 변혁의 과제를 압축해 제시하자 조직구성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에 실린 조직 변화의 지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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