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가 만난 사람] 아나운서 차인태

  • 입력 2009년 4월 17일 15시 55분


1974년 8월 19일. 안장식의 진행은 엄청나게 늦어지고 있었다. 10시에 시작한 국민장 영결식은 예상시간을 훨씬 넘겼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에 막혀 운구행렬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육영수 여사를 잃은 국민들의 슬픔은 그토록 컸다.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입구까지 인산인해가 따로 없었다.

검정색 여름양복이 없어 결혼식 때 입었던 겨울양복을 입고, 갓 서른의 젊은 아나운서는 8월의 염천 아래에서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다. 운구차량이 청와대 정문을 벗어날 즈음 아나운서는 대통령의 눈물을 보았다.

철혈의 대통령에게도 사랑하는 아내의 마지막 길을 바라보는 일은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은 이틀 뒤에 있었다.

“나, 박정희입니다.”

수화기 저쪽에 대통령이 있었다. 당황한 아나운서는 한 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겨우 한다는 말이 “예, 저 차인태입니다”였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차인태 씨, 방송 잘 봤습니다.”

경기대학교 서울 캠퍼스 연구실에서 차인태(65) 교수를 만났다. 차 교수는 1998년부터 경기대 예술대학에서 영상교수로 재임 중이다. 본래 숱이 적었던 머리칼이 눈처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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