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미래를 바꾸는 발명의 힘

  • 입력 2008년 7월 18일 20시 05분


1899년 미국 특허청장 찰스 듀얼은 “발명되어질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발명됐다”는 말과 함께 대통령에게 특허청 폐지를 건의하고 사임했다고 알려져 두고두고 비웃음거리가 됐다. 이로부터 4년 뒤인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동력 비행기를 만들어 조종했고, 9년 뒤인 1908년 헨리 포드가 모델 T 자동차를 제작했다. 컴퓨터 인터넷 텔레비전 페니실린 DNA 같은 발명과 발견은 20세기에 이루어졌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0일 대전에서 있은 제30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축사에서 듀얼이 했다는 이 말을 인용했다. 필자는 듀얼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그가 억울한 누명을 썼음을 알게 됐다. GE에서 사서(司書)로 근무하던 새뮤얼 사스는 1989년 각종 자료를 추적해 듀얼이 실제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음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이 허구는 여전히 기업 광고나 명사들의 연설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다. 빌 게이츠가 1995년 저서 ‘미래로 가는 길’에서 듀얼의 허구를 사실처럼 기술하는 바람에 이 말은 더욱 유명해졌다. 듀얼은 ‘미국에서 미래의 진보와 번영은 과학 산업 상업의 확대를 통해 다른 나라를 따라잡는 데 달려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발명에 집중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발명이 종료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얘기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이 한창 활동하고 있을 때 특허청장이 이런 말을 했을 리도 만무하다.

과학대중화 이끄는 발명대회

동아일보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는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작 중에는 단순히 생활의 지혜를 넘어 기술혁신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작품들이 많다. 대전 노은고 1학년생 박혜민 군은 충남 태안군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을 출품했다. 태안 앞바다에서는 유화제와 흡착포로 기름을 제거했다. 박 군이 발명한 장치는 회전하는 통속에 기름이 섞인 바닷물을 넣어 원심력을 이용해 비중이 다른 물과 기름을 분리한다. 이 장치를 대형화해 배에 부착하면 기름 유출사고 현장에서 신속하게 기름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충남 상곡초등학교 5학년 오혜성 군이 출품한 ‘야적 농산물 지킴이’도 눈길을 끌었다. 오 군의 할머니는 고추가마니를 도둑맞은 적이 있다. 가슴 아픈 이 경험이 발명으로 이어졌다. 야적 농산물 밑에 전자장치가 부착된 ‘지킴이’를 놓아두면 도둑이 훔쳐가기 위해 농산물을 드는 순간 주인과 이장 집의 앰프로 전달돼 경고방송이 나온다.

해마다 비슷하지만 올해도 지방 예선에서 모두 15만5000여 점이 경쟁을 벌여 298점이 본선에 올랐다. 전국 초중고교의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대회를 준비하고 협력하는 과정은 과학 대중화와 과학교육에 유익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국야쿠르트는 1979년 이 대회가 창설된 이래 30년 동안 대회를 협찬했다. 첫해 8000만 원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30년 동안 50억 원가량을 썼다.

기업의 후원으로 과학적 창의력을 기른 학생들은 후일 발명과 연구를 통해 기업과 국가에 기여하게 된다. 새로운 발명은 새로운 기술로 이어지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한다. 발명은 자원을 개발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질병을 치료하고 부담을 덜어주며 인생을 즐겁게 해준다. 발명의 힘은 미래를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로 바꾸어놓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교육 영재 발굴 대회는 인텔 STS(Science Talent Search)이다.

1942년 웨스팅하우스가 이 대회를 시작했으나 인텔이 1988년 웨스팅하우스 발전부문을 인수하면서 이 대회도 가져갔다. 매년 1600명이 경쟁에 나서 최종 40명이 선발돼 총장학금 125만 달러를 받는다. 1위 수상자의 장학금은 10만 달러(약 1억 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대회는 ‘베이비 노벨상’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이 대회 수상자 가운데 6명이 과학 연구를 계속해 노벨상을 받았다. 2명은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을 받았다.

한국의 ‘베이비 노벨상’

제30회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은 신제주초등학교 1학년 김지영 양이 받았다. 지영이는 몽당 색연필을 꺼내 쓰기 편리하게 색연필 케이스 아래에도 뚜껑을 달았다. 초등학교 1학년 눈높이에 맞는 발명품이다. 비타민C를 추출한 공로로 1937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수상한 얼베르트 센트죄르지는 “발명과 발견은 모든 사람이 보는 것이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베이비 노벨상’이 지영이 같은 발명 꿈나무를 키워내고 있다. 수상작은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첨단과학관에서 8월 20일까지 전시된다.

황호택 수석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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