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8주년]‘황금의 제국’<1>모든길은 페르시아로 통한다

  • 입력 2008년 4월 2일 03시 02분


독수리의 날개,염소의 뿔,사자의 얼굴을 지닌 이 상상의 동물은 세계의 중심에서 세계를 호령했던 페르시아의 위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페르시아 다리우스 1세의 궁전이었던 페르세폴리스 궁전에서 출토된 것으로,지금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사진 제공 생각의 나무
독수리의 날개,염소의 뿔,사자의 얼굴을 지닌 이 상상의 동물은 세계의 중심에서 세계를 호령했던 페르시아의 위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페르시아 다리우스 1세의 궁전이었던 페르세폴리스 궁전에서 출토된 것으로,지금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사진 제공 생각의 나무
만국을 호령하고 만인을 포용하다

동아일보가 국립중앙박물관 이란국립박물관 SBS와 공동 주최하고 컬쳐앤아이리더스가 주관하는 특별기획전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The Glory of Persia)’.

이 전시는 인류 최초의 세계 제국이었던 페르시아(지금의 이란)의 영광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하는 자리다. 또 실크로드를 통한 고대 페르시아와 한국의 문화 교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고대 동서문화교류사에서 로마와 페르시아는 실크로드의 시발점이었고 신라 경주는 실크로드의 종착지였기 때문이다.

페르시아는 우리에게 ‘아라비안나이트’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으나 최근 드라마 ‘대장금’이 시청률 86%를 기록하는 등 이란에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과 이란 간 문화 교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페르시아전은 한국과 이란의 문화 교류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페르시아의 역사와 문화, 세계사적 의의 등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의 수도 페르세폴리스

기원전 6세기 어느 새해 첫날, 페르시아의 수도인 페르세폴리스 왕궁.

낙타를 타고 온 아라비아인, 들소를 몰고 온 간다라인, 전차를 끌고 온 리디아인, 상형문자가 가득한 파피루스를 들고 온 이집트인 등 세계 곳곳에서 온 사신들이 궁전 입구 ‘만국(萬國)의 문’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서아시아부터 지중해를 건너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28개 민족의 사신이 페르시아 다리우스 1세 대왕에게 조공을 바치기 위해 줄을 지어 서 있는 것이다.

사신들의 행렬을 바라보는 다리우스 1세의 표정은 흐뭇했다. 그 뒤로는 1만 명의 정예병으로 구성된 왕의 불사(不死) 친위사수대가 당당하게 도열해 있었다.

그 다음 날, 다리우스 1세는 페르시아의 영광을 과시하기 위해 1만5000명의 왕족을 페르세폴리스 궁전으로 초청해 영광의 향연을 베풀었다.

○ 모든 길은 페르세폴리스로 통한다

기원전 525년 페르시아 아케메네스왕조는 아시리아를 격파하고 오리엔트를 통일했다. 페르시아가 로마제국에 앞서 최초의 세계 제국이 되었다. 페르시아의 영토는 지중해와 이집트로부터 서아시아를 지나 인더스 강 유역에 이르렀다.

당시 페르시아의 왕은 다리우스 1세. 그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파른 절벽의 바위 위에 승리를 선포하는 글을 새겨 제국의 탄생을 널리 알렸다.

그는 제국을 20개 지역으로 나누어 통치했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교통과 유통. 전국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를 닦았다. 이 길을 통해 왕의 명령이 들고 났으며 경제와 문화가 오갔다. 그 핵심은 페르시아의 수도인 페르세폴리스였고 그래서 “모든 길은 페르세폴리스로 통한다”는 말이 나왔다.

다리우스 1세는 만국의 왕이 되었다. 이란의 페르세폴리스 궁정 터에 가면 ‘만국의 문’이 지금도 당당히 버티고 서 있다. 주변 민족의 사신들이 조공을 바쳤던 바로 그곳. 페르세폴리스 궁전 건축물의 기둥머리엔 용맹스러운 그리핀(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가 달린 신화속의 동물)과 황소 등이 조각되어 있다. 건물의 기둥과 벽에는 당시 주변 민족들의 조공 행렬 모습, 왕의 친위 사수대의 모습을 새긴 부조가 즐비하다.

○ 세계사에 길이 남는 불멸의 문화

페르시아 아케메네스왕조는 기원전 330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약 200년 동안 세계의 중심이었다.

페르시아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포용의 정신. 다리우스 1세를 비롯해 아케메네스왕조의 왕들은 정복한 민족의 지역공동체와 종교, 문화를 존중했다. 페르시아의 지배하에서도 이집트는 파피루스 위에 상형문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바빌로니아로 쫓겨난 유대인(헤브라이인)들은 그들의 신전을 세울 수 있었다.

정복지의 문화는 주요 도로를 통해 페르세폴리스로 들어와 더 멋진 문화로 다시 피어났다. 페르세폴리스 궁전의 화려한 건축은 아시리아의 궁정 건축, 이집트 건축, 바빌로니아 건축이 한데 녹아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페르시아가 약 200년 동안 서아시아와 오리엔트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포용정책 덕분이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미리 보는 ‘페르시아 유물전’▼

○ ‘조공하는 사람 부조’

22일부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의 출품작 가운데 하나인 ‘조공하는 사람 부조’(사진).

페르시아에 복속된 28개 민족은 페르시아의 수도인 페르세폴리스의 궁전에 와서 다양한 상품을 조공으로 바쳐야 했다. 이러한 조공이 모습을 석회암 석판에 부조로 표현해 페르세폴리스 궁전 건축물의 벽을 장식했던 유물이다.

기원전 6세기 이후 약 200년 동안 오리엔트를 제패했던 페르시아의 세력과 위용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보여준다. 또한 당시 페르시아 및 오리엔트 생활문화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조공을 바치는 각 민족의 신체적 특징, 의상, 생활 풍속 등이 각각의 부조에 세세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무기, 낙타, 들소, 상형문자가 쓰여 있는 파피루스, 각종 악기 등 부조에 등장하는 조공품도 매우 다양하다. 이번 전시엔 조공 모습을 표현한 부조를 비롯해 페르시아 왕을 지켰던 친위사수대의 당당한 모습을 표현한 부조,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에서 선과 빛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를 표현한 부조 등 10여 점의 부조가 전시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영상 취재 : 이훈구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