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아지는 혼혈이 최고?…교배종 인기몰이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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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똥개’로 보지 마.”

‘견공’ 세계에서 순종을 능가하는 고품격 잡종견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디자이너 도그(designer dog)’로 불리는 교배종이 급부상하면서 순종과의 사이에 혈통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미국 애완견 7300만 마리 중 교배종은 3100만 마리. 애완견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5년 만에 절반에 육박하는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디바펍(divapup.com) 등 교배종 전문 웹사이트가 성업 중이며 일부 교배종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분양받을 수 있다. 가격 수준도 높아 대부분 300∼3000달러를 오간다. 요크셔와 몰티즈의 교배종인 ‘모르키’는 한 마리에 5000달러를 육박한다.

교배종 사육자들은 순종보다 건강하고 털갈이도 심하지 않아 키우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우마 서먼, 제시카 심슨 등 유명 연예인들이 ‘디자이너 도그’를 동반해 다니고 있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인기있는 디자이너 도그 현황
종류교배가격(달러)
몰티푸몰티즈+푸들350∼1700
퍼글비글+퍼그450∼1500
치위니치와와+닥스훈트150∼450
추그치와와+퍼그350∼600
슈누들슈나우저+푸들600∼1500
코컬리어캐벌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코커 스패니얼350∼800
래브라두들래브라도+푸들500∼3500
자료: 월스트리트저널

교배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에게 정식 혈통을 부여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미국애완견협회(AKC)는 순종 혈통으로 등록시켜 달라는 교배종 사육자들의 요청으로 골머리를 앓을 정도. 미국 애완견 사육자들 사이에 ‘성서’로 통하는 AKC 순종 혈통 리스트에 올라야만 각종 유명 애완견 경연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고 후원기업도 생기게 된다.

교배종 사육자들은 교배종이라도 동일 혈통 내에서 5, 6세대를 교배시켰기 때문에 순종견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교배종 사육자들은 무분별한 교배를 막기 위해 내부적으로 엄격한 생식 조건까지 마련했다. 미국코커푸(코커스패니얼+푸들)협회는 정해진 크기와 색깔을 벗어난 코커푸는 내부 족보에서 아예 탈락시키고 있다.

그러나 ‘상류사회’에 진입하려는 교배종 사육자의 눈물겨운 노력을 바라보는 기존 순종 사육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최근 AKC는 “교배종에 정식 혈통을 부여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발표했다.

일부 순종견협회는 다양한 ‘안티 디자이너 도그’ 자료를 구비하고 교배종 식별법 강의까지 개최하고 있다. 최근 미국푸들협회(PCA)는 ‘순종을 가질 수 있는데 왜 잡종을 가지려고 하는가’라는 제목의 반(反)교배종 책자를 사육자들에게 배포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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