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68>이(미칠 이·태)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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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는 손(又·우)으로 짐승의 꼬리를 잡은 모습인데, ‘설문해자’에서는 ‘又와 尾(꼬리 미)의 생략된 모습이 의미부’라고 했다. 짐승을 뒤쫓아 꼬리 부분을 손으로 잡은 모습에서 ‘미치다’와 ‘따라잡다’는 뜻이 나왔다. 그래서 (대,이)로 구성된 글자들은 모두 잡은 짐승이나 이를 제사에 쓸 수 있도록 손질하는 등의 뜻을 가진다.

먼저, 隸(종 례)는 (대,이)에 소리부인 柰(奈·어찌 내)가 더해진 모습인데, 손에 잡힌 짐승이란 뜻에서 ‘隸屬(예속)’의 뜻이 나왔고, 제사에 쓰도록 이를 손질하던 천한 계층인 ‘노예’나 ‘종’을 지칭하게 되었다. 하지만 소리부로 쓰인 柰도 향을 사르며 올리는 오늘날의 제사처럼 원래는 나무(木·목)를 태워 하늘에 지내는 제사(示·시)나 그런 큰(大·대) 제사(示)였음을 고려하면 의미부의 기능도 함께하고 있다.

서체 이름의 하나인 隸書(예서)는 ‘종속적인 서체’라는 뜻이다. 진시황 때 獄事(옥사)를 관리하던 程邈(정막)이라는 사람이 늘어나는 獄事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당시의 표준 서체였던 小篆(소전)체를 줄여 만든 글자체를 말한다. 혹자는 옥관처럼 미관말직의 별 볼일 없는 관리(隸)들이 쓰던 서체(書)라 해서 隸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하지만, 당시의 소전체를 보조해 쓰던 서체라는 뜻이 더 맞을 것이다. 그것은 隸書를 달리 ‘보조적인(佐·좌) 서체(書)’라 불렀던 데서도 알 수 있다.

둘째, (대,이)에서 파생된 逮(미칠 체)는 의미부인 착(쉬엄쉬엄 갈 착)을 더해 逮捕(체포)에서처럼 ‘따라가서(착) 붙잡음((대,이))’을 더욱 형상화했고, 肆(늘어놓을 사)는 7(長·길 장)과 (대,이)로 구성되어 잡아온 짐승((대,이))을 길게(7) 늘어놓고 파는 ‘가게’를 말했다.

셋째, 肄(익힐 이)는 원래 (대,이)에 巾(수건 건)이 더해진 모습이었는데, 巾은 아마도 짐승을 손질할 때 묻은 피 등을 닦는 ‘수건’을 말했을 것이다. 그래서 肄는 ‘손질하다’가 원래 뜻이고, 짐승의 손질에는 상당히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기에 肄에 ‘연습하다’의 뜻이, 나아가 ‘학습하다’의 뜻까지 담기게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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