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 문서 공개]피해자 800만명… 3년간 실태파악

  • 입력 2005년 1월 18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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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신고 접수를 받는 등 본격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그동안 ‘과거의 역사’로 방치돼 온 강제동원 피해의 전모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는 정부 공식기구에 의한 첫 전수(全數)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60∼70년 전의 일이어서 생존해 있는 피해 당사자가 드물다는 점에서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사의 대상 및 절차, 피해의 구체적 내용, 의미와 전망 등을 짚어본다.

▽대상과 절차=이번에 피해자 신고를 받는 대상은 만주사변이 발발한 1931년 9월 18일부터 태평양전쟁이 종료된 1945년 8월 15일까지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돼 노무자 군인 군속 학도병 군위안부 등의 생활을 강요당한 사람이다.


위원회는 연인원 800여만 명(중복 제외 땐 200만∼400만 명)으로 추계되는 피해자 가운데 현재 4만여 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피해자와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 위원회나 16개 시도에 설치된 실무위원회에 신고하면 된다.

위원회는 피해자 신고를 접수하는 대로 진상 조사에 들어가 강제동원에 의한 피해인지를 확인한 뒤 이 사실을 피해자나 유족에게 통보해 줄 방침이다.

위원회는 또 강제동원으로 사망한 피해자들을 위령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사료관과 위령묘역 위령탑 위령공원 등도 조성할 예정이다.

▽피해 내용=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는 징용, 징병, 군위안부, 원자폭탄 피폭 등 크게 4가지.

징용 피해자는 730여만 명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단 한반도 내에서 징용된 650여만 명은 중복 계산된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자는 200만∼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징병 피해자는 대략 23만여 명의 군인과 15만여 명의 군속 등 총 36만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군인은 육군이 18만6000여 명, 해군이 2만2000여 명이며 지원병이라는 미명 아래 차출된 육군특별지원병도 2만 명이 넘었다. 피해자 수를 가장 파악하기 곤란한 군위안부는 1937년 중일(中日)전쟁 발발 이후 본격적으로 동원됐다.

피해자의 80%는 취업 사기나 인신매매 형태로 데려갔지만 태평양전쟁 말기가 되면서 헌병이나 경찰이 마구잡이로 납치해 끌어가기도 했다.

7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원자폭탄 피해자는 대부분 징용이나 징병으로 끌려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군함 등 군수품 제조 공장이 밀집된 일본의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배치돼 일하다 원폭의 피해를 보았다.

▽첫 전수조사=이번 조사는 정부 공식기구에 의한 첫 전수조사라는 점과 기존의 불확실한 통계를 기초로 한 추계(推計)조사가 아니라 피해자 개개인을 상대로 한 직접조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 피해자 규모는 연인원 8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광복 이후 60년이 지나도록 단 한 번도 전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1975∼77년 2년간 한시적으로 조사를 벌였지만 이는 사망자들에 한정된 것으로 조사대상 인원은 겨우 8522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수는 1963년 한일간 협상 당시 한국 정부가 제시한 징용 징병 사망자 7만603명과 1945년 원자폭탄 피폭으로 그해 사망한 4만여 명 등 전체 사망자의 7.7%에 불과하다.

피해 규모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도 대부분 국내와 일본 미국 등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것이 대부분이다.

군산대 김민영(金旻榮·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통계 수치는 정확성이 생명이지만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통계는 근거 자료가 턱없이 부족해 ‘추계’가 관행이었다”며 “그동안 연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혀 없었던 것도 장애물이었다”고 말했다.

▽전망=정부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긴 했지만 실제 조사가 활발하게 이뤄져 피해 전모가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피해자 중 생존자 비율이 1∼2%에 불과한 데다 사안이 60∼70년 전의 일이어서 위원회가 피해자로 인정하기 위해 요구하는 근거 자료들을 피해자나 유족들이 제대로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위원회 최봉태(崔鳳泰) 사무국장은 “이번 조사의 성공 여부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신고해주느냐에 달려 있다”며 “비록 보상을 전제로 한 조사는 아니지만 피해자나 피해자 유족들이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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