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살인의 추억' 원작 연출가 김광림&봉준호 감독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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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영화의 원작인 연극 ‘날 보러 와요’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극이 상연중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은 개막일인 8일부터 첫 주말인 11일까지 매일 450석이 모두 매진됐다. 여간해서는 소극장을 채우기도 어려운 연극계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사실 영화의 ‘후광’을 얻었다고 말하기에는, 연극 자체의 품질이 워낙 뛰어나다. 그러나 연극만으로 새삼스럽게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기에는, 영화의 힘이 너무 크다. ‘살인의 추억’을 본 관객이 봉준호 감독(34)의 치밀한 세부 묘사에 감탄했다면, ‘날 보러 와요’를 본 관객은 연출가이면서 원작자인 김광림(51·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의 탄탄한 이야기 전개에서 재미를 느낀다. 첫 날 공연을 본 봉준호가 김광림을 찾아왔다.

∇봉준호=선생님, 역시 연극에는 영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재미가 있네요. 영화의 장면이 연극하고 겹쳐지기도 하구요.

∇김광림=솔직히 이번 연극에서는 영화의 도움을 많이 얻었어요. 원작에는 첫 번째 용의자(영화에서는 마을 바보, 연극에서는 정신병자로 등장)가 살인 사건의 목격자라는 설정이 없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다가 무릎을 탁 쳤지. 이렇게도 꾸밀 수 있구나. 그래서 바로 대본을 수정했죠.

∇봉=그게 공연 예술의 묘미인 것 같아요. 피드백이 반영 되는 거. 영화는 한 번 찍으면 끝이잖아요. 저는 이번까지 여섯 번째 이 연극을 보는데 그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김=‘살인의 추억’은 무엇보다 화면의 참 구도가 좋았어요. 그림이 예쁘고…. 그런데, 중간에 언덕에서 혼자 사는 여자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부분을 조금 ‘경제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영화가 워낙 잘 만들어졌어요.

∇봉=연극에는 영화에 없는 로맨스가 있잖아요. 김형사(영화에서는 서태윤)와 다방 종업원 미스 김의 사랑이라던가. 그런 부분들 때문에 끔찍한 살인극을 보고나서도 관객들은 가슴 한 구석에 따뜻한 뭔가를 품고 자리를 뜰 수 있는 것 같아요.

▽김=연극을 볼 땐 어땠어요? 여기서는 이렇게 처리했으면 하는….

▽봉=얼마 전 연습 때 와서 봤는데, 연극에서 용의자로 1인3역을 맡은 유태호씨(영화에서는 두 번째 용의자)가 “당신도 연극 연출을 해보는게 어때?”하고 묻더라구요. “자신없다”고 말했어요. 제한된 공간에서 모든 상황을 집약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그러니 뭐 “어떻게 하겠다” 이런 생각은 못했어요.

▽김=유태호씨는 초연부터 용의자 역을 맡았는데, 어떻게 영화에서도 용의자로 캐스팅할 생각을 하게 됐나요.

▽봉=저는 범죄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인간적인 범죄 영화. 그래서 ‘날보러 와요’를 영화로 만들면 ‘딱’ 이라고 생각했죠. 기획 단계부터 유태호씨를 찾아가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연극을 이끌어가는 상징적인 존재니까요. 당연히 영화에서도 용의자 역할을 떠올렸죠. 그런데 영화에서는 1인3역이라는게 불가능하니까 아쉽게도 두 번째 용의자로 잠깐 나오는 걸로 그쳤죠. 그런데 참, 어떻게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희곡을 쓰실 생각을 하셨나요.

∇김=그게 참 우습게 시작된 건데…. 당시 그 사건을 두고 “범인은 화성인이다”라는 소문이 있었죠. 범인의 실체를 못 찾으니까. 배우들과 그런 얘기를 나누는데, 그 자리에 굉장히 ‘억울하게 생긴’ 배우가 한 명 있었어요. 그 친구를 보고 내가 “야 범인은 없는데 네가 억울하게 잡혀오는 역할을 하면 연극이 되겠다” 고 농담을 던졌죠. 그러면서 시작한 거지. 결국 찾지 못하는 범인을 잡으려하는 이야기를 쓰게 됐고. 1년 정도 희곡작업을 했어요. 사건 현장도 모두 답사했지. 그렇게 ‘날 보러와요’가 만들어 졌어요.

∇봉=그리고 그 덕분에 ‘살인의 추억’도 나온 거죠.

정리=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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