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업생존은 정보담당임원(CIO)에 달렸다』

  • 입력 1997년 7월 28일 08시 19분


세기를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조건은 뭘까. 제품 개발 수주 출하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원가를 낮추면서도 품질은 높여야 한다. 선진 기업들은 이 「생존 조건」을 갖추는 지름길로 정보화를 택했다. 정보화라는 도도한 흐름을 타지 않을 경우 「정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기업에 도태되는 건 시간 문제. 이제 정보화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닥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보담당임원(CIO·Chief Information Officer)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CIO는 기업 전산망의 총사령관. 조직과 전산시스템을 묶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임무를 맡는다. LG전자 CIO 兪英民(유영민)이사는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구매에서 출하까지 속도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서비스 요청 내용을 분석, 제품의 신뢰도를 평가하고 제품 개발에도 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삼성전자 李光性(이광성)이사는 3개월 전 CIO의 바통을 넘겨받았다. 내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을 잇는 업무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두 CIO가 벌이는 정보화는 전사적 자원관리(ERP)라고 불린다. 정보교환 과정을 단축해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리얼타임으로 공유하는 것. ERP가 가동되면 매달 제조와 판매 부서가 모이는 「제판회의」가 사라진다. 구매 및 판매 부서가 거래 내용을 입력하면 이 정보는 자동으로 회계처리된다. CIO는 재무담당임원(CFO) 기술담당임원(CTO)과 함께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방침을 지원한다. 미국 기업의 80%는 CIO를 두고 있다. 국내 기업은 90년대 들어 CIO직제를 도입, 현재 1백여명의 CIO가 뛰고 있다. 올들어 CIO포럼 SIM코리아 등 관련 단체도 생겨났다. 과거 「전산실장」이 각 부서를 뒤에서 지원한 반면 CIO는 CEO의 정보화 의지를 등에 업고 모든 부서를 이끄는 「실세」다. LG전자 유이사는 『구매 생산 영업 회계 등 전 조직에 정보기술을 접목,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직을 지휘할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유이사는 새 회계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현재 각 사업장에서 모두 1백50여명을 동원, 회계업무 표준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CIO의 조건은 「팔방미인」이다. 새 정보기술은 플러그를 꽂 듯 간단히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존 조직과 업무흐름을 다시 설계한 뒤 도입해야 제 힘을 발휘한다. 그러려면 정보기술은 물론 각 부서의 업무를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다른 부서장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빌 게이츠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보통신기기가 일반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환경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 대응하는 한편 전자상거래 같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는 CI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 백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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