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설 연휴 펜션·호텔 화재, 당국의 무책임이 낳은 人災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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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강원도 펜션에서 가스 폭발로 사람이 숨지고 서울 한복판 특급 호텔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강원 동해시에서는 펜션에 투숙했던 일가족이 가스 폭발로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참변을 당했다. 서울 중구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에선 불이 나 600여 명이 대피하고 수십 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번 화재들은 안전장치만 제대로 작동했으면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합동감식에 따르면 동해시 펜션의 화재는 펜션 업주 측이 액화석유가스(LPG) 배관을 막지 않고 방치해 가스가 새어 나온 상태에서 투숙객이 사용한 가스버너의 불꽃과 만나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2월 강원 강릉의 펜션에서 가스 누출로 고교생 3명이 사망하는 등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게 불과 1년여 전인데 똑같은 형태의 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가 난 펜션은 숙박업소 등록도 하지 않고 불법 운영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릉 펜션 사고 이후 펜션들에 대해 일제히 안전 점검을 했지만 이 건물은 등록된 숙박업소가 아니어서 오히려 점검을 피했다. 지난해 12월 동해소방서는 이 펜션의 무허가 영업을 적발하고 동해시에 전달했지만 동해시는 그동안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동해시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주요 숙박업소로 소개까지 해놨으니 동해시의 무신경 무책임이 놀랍다.

서울 그랜드앰배서더 호텔 투숙객들에 따르면 새까만 연기가 객실까지 들어왔는데도 비상벨은 물론이고 대피 안내 방송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지하 1층에서 시작된 화재가 삽시간에 대형 호텔 전체로 번진 원인이 무엇인지, 방화문이나 스프링클러는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국민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숙박업소의 안전대책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동해 펜션 화재#그랜드 앰배서더 화재#가스 누출#안전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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