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 힘든 재생에너지, 수소 변환이 답[기고/최양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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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최양미 기술사업본부장
한국가스공사 최양미 기술사업본부장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 2018년 4000여 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폭염으로 가축 및 양식어류가 폐사하고 농작물도 피해를 입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를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려면 한국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등 에너지 발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기술 개발과 시장 규모의 증가에 따라 경제성도 점차 갖추고 있다. ‘중장기 발전원별 균등화비용 추정 연구’에 따르면 환경비용과 사고위험비용 포함 시 2030년에는 태양광발전 단가가 원자력발전 단가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가 국내 에너지 수요의 전부를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 국토는 산림이 63%로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부지가 부족하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발전은 날씨와 시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늘 일정한 전력이 생산되지 않는다. 즉, 재생에너지는 필요할 때 부족할 수 있고, 과잉 생산됐을 때 남는 전기를 저장하기도 어렵다.

재생에너지의 이러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수소다. 전기를 이용하여 물을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전기에너지는 수소로 에너지의 형태가 전환된다. 이 원리로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수소로 저장함으로써 재생에너지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발전의 경우 낮 시간의 발전량은 높고 밤 시간의 발전량은 낮다. 낮 시간에 남는 잉여전력을 수소로 저장하면 필요한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할 경우 다른 나라의 재생에너지를 수소로 저장하여 수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한계 때문에 인접 국가에서 전력망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수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액화천연가스(LNG)를 배로 수입하는 것처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국가의 재생에너지를 수소로 저장하여 해상으로 수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다.

일부 에너지 사용부문은 전기를 수소로 변환하여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전력망이 항시 연결되어 있는 고정설비는 재생에너지를 바로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겠지만 장거리 수송 분야의 경우 재생에너지를 수소로 변환하여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선박, 항공, 고하중 차량의 장거리 운행의 경우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해서는 대용량 고중량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소는 단위 무게당 에너지 저장량이 많아 해당 분야 연료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이처럼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조화롭게 사용하면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통한 기존 화석연료 대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지정학적 조건의 한계를 극복하며 에너지 탈탄소화를 하기 위해서 수소와 재생에너지는 같이 발전해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열어가는 재생에너지와 수소의 조화로운 동행을 기대해 본다.

한국가스공사 최양미 기술사업본부장
#재생에너지#온실가스 저감#수소 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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