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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이 젊어졌다…2030 키워드는 ‘스마트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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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이 젊어졌다…2030 키워드는 ‘스마트 러닝‘

조응형 기자 입력 2019-03-15 16:42수정 2019-03-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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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정성우 씨(30)는 12일 퇴근 후 서울 관악구민운동장에서 약 10km를 달렸다. 17일 열리는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 풀코스를 준비하는 그는 막바지 컨디션 조절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훈련 후 스마트워치에 기록된 훈련 내용을 사진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이날은 1km당 5분 15초 페이스로 달렸고 총 557칼로리를 소비했다. #일상, #러닝, #동아마라톤 등의 해시태그도 잊지 않았다. 해당 게시물은 15일 현재 총 127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2019 서울국제마라톤이 역대 최고 참가자인 3만8500명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씨와 같은 ‘2030 세대’ 참여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만2236명이던 2030 참가자는 1만5994명으로 늘었다. 30대 참가자는 전체의 24.1%로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많다.

‘2030 마라토너’들은 2010년대 중반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각 브랜드들이 제공한 훈련 프로그램과 각종 대회 등에 참가하면서 ‘달리는 맛’을 본 젊은 남녀들은 자신들이 주축이 된 ‘러닝 크루’를 만들었다. 러닝 크루 ‘유콘’을 운영하는 크루장 이태우 씨(32)는 “4, 5년 전 서울 상암 운동장, 여의도공원, 올림픽공원 등에서 스포츠 브랜드가 지원하는 러닝 훈련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진행됐다. 당시 참가한 이들 중 계속 달리기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 지금의 러닝 크루가 생겨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러닝 크루 문화는 집단에 구속되기 싫어하는 2030 세대의 성향을 대변한다. 회사, 학교, 지역을 중심으로 모인 마라톤동호회가 가입 자격을 두고 규칙을 강조했다면, 러닝 크루는 모두에게 열린 모임이다. 함께 달리기 위해 크루의 회원이 될 필요는 없다. 크루의 ‘오픈 런’, ‘게스트 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러닝이 진행되는 장소와 시간만 알면 된다. 운동 후 진행되는 뒤풀이 역시 자유롭다. 술 대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헤어지는 날도 많다. 러닝 크루 ‘고고런’에서 활동하는 장재성 씨(34)는 “러닝 크루의 장점은 원하는 형태의 크루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다면 뒤풀이, MT 등 행사가 많은 크루에 가입하면 되고 훈련에 집중하고 싶다면 러닝의 비중이 높은 크루에 가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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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은 ‘스마트한’ 러닝을 추구한다. 2030 세대 러너 6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마트폰 운동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90%(54명). 심박 수, 페이스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운동용 스마트워치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80%(48명)나 됐다. 이들은 자신의 몸 상태와 실력 향상을 자세한 수치로 확인하며 운동하는 데 익숙하다. ‘nike run club’, ‘strava’ 등 러닝 애플리케이션은 ‘5km 기록 경신’, ‘2000m 경사 오르기’등 실력에 맞는 과제를 제시해주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러닝’을 검색하면 형광색 운동복을 입고 혼자, 또는 누군가와 함께 달리며 찍은 ‘인증샷’이 쏟아진다. 러닝은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욕구를 채워준다. 마음에 드는 운동복과 운동화를 고르는 것으로 러닝이 시작된다면, 그 마무리는 사진 촬영과 SNS 게시물 업로드다. 기록 스포츠인 마라톤은 실력 성장을 보여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멋진 운동복을 입고 찍은 사진과 함께 어제보다 더 멀리, 더 빨리 달린 자신의 기록을 한켠에 적어 넣는 것으로 이들의 러닝은 끝이 난다.


2018년 베를린마라톤을 완주하고 있는 조민규 씨. 조민규 씨 제공.

2030 세대에게 마라톤 풀코스 완주 경력은 ‘스펙’

취업에 나선 ‘2030 세대’의 ‘스펙 경쟁’에서 마라톤완주 경험도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 준비생의 건강을 증명하고 끈기와 긍정적인 사고방식 등 삶의 태도에서도 많은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지난해 엔지니어로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양승규 씨(25)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 경력을 자기소개서에 적어 면접관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그는 스스로를 ‘달리는 엔지니어’로 소개하며 취업 후 각오와 비전 등을 설명했다. 그는 “‘얼마나 달렸냐’, ‘어떤 대회에 나갔냐’,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를 해봤느냐’ 등 마라톤에 관한 질문만 여러 개를 받았다. 공학도라고 하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샌님’이미지가 있는데 건강한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어서 차별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라톤은 기념 메달, 대회 참가 기록증 등 자료가 남아 완주를 증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2017년 직장을 옮기며 마라톤 경력을 이력서에 포함했다는 조민규 씨(28)는 “보통 이력서 취미 특기란에 축구, 악기 연주 등 증명이 불가능한 내용을 넣는 지원자가 많은데 나의 경우는 마라톤으로 면접관에게 훨씬 구체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취업은 물론 로스쿨 입시, 인턴사원 지원 등에서도 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는 마니아들이 많다.

2030 마라토너 설문조사

▽마라톤을 시작한 계기

1. 건강관리 등을 위해 스스로 시작 53.3%(32명)
2. 친구 등 주변인의 권유 20%(12명)
3. 러닝크루 등 동호회 활동 15%(9명)
4. 뉴발란스 등 스포츠용품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8.3%(5명)
5. 기타 3.4%(2명)

▽마라톤을 하는 이유(중복 응답)

1. 다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어서 60%(36명)
2. 건강을 위해 48.3%(29명)
3.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어서 38.3%(23명)
4.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13.3%(8명)
5. 달리기가 재미있어서 7%(4명)

※대상은 2030 마라토너 60명(20대 18명, 30대 42명)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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